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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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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거제 반값 아파트 정말 반값인가?-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1-21 20: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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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시의 반값 아파트가 논란이다.

    반값 아파트는 권민호 전 거제시장의 공약 사업으로 지난 2013년부터 추진됐다. 아파트 건립허가가 불가능한 농림지역의 땅을 거제시가 용도변경해 주는 대신 민간사업자는 반값 아파트 사업 부지를 무상으로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사업자는 용도변경을 통해 1280가구 아파트 단지를 건축했고, 거제시는 예산을 들이지 않고 ‘300만원대 아파트’ 부지를 확보해 575가구의 임대아파트를 건립했다. 당시 거제지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평당 700만원대로, 그 절반이라는 뜻에서 지금도 ‘반값 아파트’로 불리고 있다.

    언뜻 누이 좋고 매부도 좋아 보이는 이 사업은 당시에도 논란이 상당한 사업이었다. 농림지역에 아파트를 짓도록 용도변경해 주는 것 자체가 특혜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결국 민간사업자 측이 10% 이상의 이익금은 갖지 않겠다고 약속하고서야 사업은 진행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거제시가 사업자 측의 자료를 받아 검수한 결과 수익률이 8.1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엔 사업자 측이 부지 매입비와 골재 반출 비용 등을 부풀려 개발 이익을 낮췄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반값 아파트에 대한 의혹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거제시의회는 특위를 구성해 반값 아파트 정산 과정 전반에 대한 행정조사에 나섰고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개발 이익 정산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약속대로 초과 이익을 환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란에 못 이긴 거제시도 반값 아파트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며 뒤늦게 수익 검증을 위한 전담 TF팀을 구성했고, 이 사업에 대한 의혹은 경찰과 검찰에도 고발된 상태다.

    국도14호선 우회도로를 타고 상문동 교차로를 조금 지나가다 보면 문제의 반값 아파트를 볼 수 있다. 산 중턱을 깎아 만든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는 제법 높은 곳에서 봐도 산 정상을 가리고 있다. 경관 훼손뿐 아니라 주민들도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되는 땅을 억지로 용도변경해 아파트를 지어올린 결과다.

    또 이익금 정산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다 지난 일들을 다시 뒤적여야 하는 행정력 낭비며, 지역사회 갈등으로 헛되이 날려버리는 비용과 시간들….

    이쯤 되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반값’이라는 매혹적인 단어에 혹해 거제시민 모두가 누려야 할 무언가와 맞바꾼 것은 아닌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반값 아파트는 정말로 반값이 맞기나 한 걸까?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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