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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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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18) 시즌Ⅲ 도시재생 ③ 양산 소남 새뜰마을

낙후된 ‘도심 속 외딴섬’ 주민 하나돼 ‘살기좋은 마을’로

  • 기사입력 : 2021-11-22 21: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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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주인이 되는 마을을 꾸려나가고 싶어요.”

    양산 소남 마을로 가는 길. 유선형 도로 주변으로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어 흡사 정원 길을 연상케했다. 골목골목마다 보이는 집 벽면에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 눈이 즐겁다. 골목길 끝에는 소남마을 주민들의 생활공동체 공간인 소남새뜰센터인 늘품 터가 자리 잡고 있다. 늘품 터 1층에는 마을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직접 담은 오렌지청, 블루베리청, 레몬청이 판매되고 있으며,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담은 된장이 냉장고에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이곳에서 김강욱 소남새뜰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을 만나 소남마을의 변천사를 들었다.

    주변마을 도시화로 낙후·소외 심화
    젊은이 떠난 마을엔 어르신만 남아
    어둡고 좁은 골목엔 방치된 빈집들

    마을에 활력이 된 ‘새뜰마을사업’
    가로등 설치·담벼락 벽화에 ‘생기’
    도시가스 들여오고 지붕 교체도

    이젠 주민 스스로 변화의 길 모색
    주민 교육 통해 책임감·주체성 키워
    카페·된장 판매 등으로 수익 창출도

    주민들이 문화교육에 참여해 그린 작품들./소남새뜰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주민들이 문화교육에 참여해 그린 작품들./소남새뜰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 도시 속 외딴섬 같았던 마을, 새뜰 사업으로 활력 도모하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 양산시 소주동에 위치한 소남마을은 전통적인 농촌마을이었으나 도시 개발 과정에서 도시 속 섬 형태의 낙후된 마을로 변모했다.

    소남마을을 제외한 주변 마을은 사업단지가 형성되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시화됐다. 소남마을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결국 마을에는 늘어나는 빈집을 지켜보는 어르신들이 마을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노후 주택들에는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는 마을 인근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과 외국인들 사이 소통의 부재로 인한 거리감은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양산시가 2015년 ‘새뜰 마을 사업’을 시작하면서 소남마을도 새로운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양산시가 소남마을을 도시 내 주거환경 취약지구 개선과 주민공동체 중심의 자활 의지를 심어 주기 위해 국토부·지역 발전위원회가 추진하는 ‘새뜰 마을 사업’에 공모했고, 지난 2015년 선정됐다.

    소남 새뜰 마을 사업은 기존의 도시개발사업과 달리 주민 참여형 사업으로 추진됐으며 경제적·사회적·물리적 재생을 통한 취약지역 회복을 목표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진행됐다.

    사업 이전 소남마을은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른 최저 주거기준에도 미달해 도시가스, 상하수도 등 기초 생활 인프라 부족, 노후 건축물, 재해 위험 등 안전 문제, 경제적 빈곤 등이 집중돼 있었다. 마을이 노후화되고 낙후되면서 범죄율 증가, 고령화 등 각종 사회적 문제도 잇따라 발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거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를 위한 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노후화된 집 벽면에 그려진 벽화.
    노후화된 집 벽면에 그려진 벽화.

    ◇안전한 마을로 거듭난 소남마을= “어두웠던 마을이 밝아지고 생기가 돌아 좋네요.”

    공모 선정 이후 사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1년간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마스터플랜을 수립 후 2017년부터 본격적인 환경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좁고 어두웠던 골목길에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해 골목을 밝혔다. 노후화된 집의 지붕을 안전한 지붕으로 교체했으며, LPG 가스를 이용했던 집에 도시가스를 도입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다 높였다. 또한 관리되지 않은 빈집 벽면에는 벽화를 그려 넣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붕공사 전.
    지붕공사 전.
    지붕공사.
    지붕공사.
    지붕공사 이후의 모습.
    지붕공사 이후의 모습.

    김강옥 소남새뜰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LPG가스에서 도시가스로 전환할 때 마을 어르신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200만원의 자부담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주민들이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차례 어르신들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동의를 얻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을의 변화, 교육에서 시작되다= 지속적인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새뜰 사업의 주체인 마을 주민들에 있어 마을공동체 기본 개념 이해부터 마을 사업 수행을 위한 역량 강화 등 교육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첫걸음으로 2016년 소남 새뜰 대학을 운영해 새뜰 사업의 원활한 사업 진행과 사업에 대한 주체별 인식을 높이고 주체적 리더 양성 및 마을 교육의 효율성을 담보했다.

    또 마을 주변 지역으로 문화적 요소가 부족해 늘품 터를 통해 글쓰기 교실, 영화 감상 등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소남마을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일례로 베트남 이주여성과 함께 다문화 음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상호 문화를 배우고 화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사무국장은 “지속적인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과의 단합이 중요하다”며 “새뜰 마을 사업으로 살림적 측면의 기틀은 다져두었기에 이제는 마을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마을 발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민회의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
    주민회의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

    ◇지속 가능한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마을= 소남마을은 새뜰마을 사업이 끝나더라도 지속적인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수익 사업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된장을 상품화할 계획이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마을 카페가 운영 중이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 중 된장을 생각하게 됐다”며 “전문가를 초청해 된장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특성을 담은 된장을 직접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마을회의 결과 역시 주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을신문도 발간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마을 주민들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신문을 만들게 됐다”라며 “마을 신문을 만들기 위해 시민 기자 교육을 받았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주민들에 소식을 알리며 또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마을을 알린다는 것은 보람된 일이기 때문에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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