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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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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위기 내몰린 남해안 멸치잡이

“잡히지도 않고 팔리지도 않고… 나가봐야 손해”
올여름 수온 높아 알 부화 못해
어획 부진에 소비 부진 ‘이중고’

  • 기사입력 : 2021-12-07 21: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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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업할수록 빚만 계속 늘어나

    경남 52개 선단 중 17곳 감척 신청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일대 멸치잡이 업계가 올해 최악의 흉작에 소비 부진까지 겹쳐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7일 멸치권현망수협에 따르면 전국 멸치 수요량의 70%가량을 공급하는 경남지역 멸치잡이 어선들이 남해안 일대 연근해 해역에 멸치 어군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두 달째 대부분 빈 배로 귀항하고 있다.

    여기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예년 이맘때면 1200억원에 이르던 멸치권현망수협의 멸치 위판고가 올해는 절반 수준인 640억원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7일 통영시 동호동 멸치권현망 수협 앞 부두에 조업에 나가지 않은 멸치잡이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7일 통영시 동호동 멸치권현망 수협 앞 부두에 조업에 나가지 않은 멸치잡이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멸치수협 관계자는 “법정 금어기를 마친 7월 초 반짝 잡힌 이후로 멸치 어군 자체를 찾기 힘들다”며 “특히 지난 두 달 동안은 아예 잡히는 물량이 없다시피 해 위판장을 열어도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멸치 어황 부진의 이유를 기상이변에 따른 고수온으로 보고 있다. 올여름 유난히 높은 수온으로 연안에 산란된 멸치 알이 제대로 부화하지 못한 현상이 올해 내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수요 부족에도 값은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적은 양이나마 중멸이 어획되던 지난 9월의 경우 예년이면 1.5㎏ 한 포에 1만1000~1만2000원 선이던 멸치 가격이 3000원대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멸치 소비가 급격하게 줄면서 중매인들이 처분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재고를 위판장에 다시 내놓는 재위판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멸치 중매인 A씨는 “멸치 소비처의 대부분은 가정보다는 식당 등 대량으로 소비하는 곳”이라며 “코로나19로 식당 영업이 위축되면서 멸치 소비까지 덩달아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멸치잡이가 어획부진에 가격 하락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아예 조업을 포기하고 감척을 신청하는 선단도 줄을 잇고 있다.

    올해 해수부의 감척에는 경남지역 52개 멸치선단 가운데 17개 선단이 감척을 신청, 9개 선단을 감척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연안 어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멸치권현망 업계에서 17개 선단이나 감척을 신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멸치잡이 한 선주는 “최소 5척이 선단을 이뤄 조업에 나서는 멸치잡이는 한 번 출어에 30여명의 선원 인건비와 기름값, 식대 등 하루 출어 비용만 1500만~2000만원에 이른다”며 “조업을 할수록 손해만 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늘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만 기다리는 선단도 다수”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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