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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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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무엇이 먼저인가?-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1-12-21 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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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패스 조치는 사실상 백신 강요 정책으로, 2·3차의 비교육적·비인간적 피해를 양산하므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백신을 접종하든, 미접종하든 자녀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임을 존중하고 함부로 이를 침해하려는 경솔한 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지난 14일 경남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가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가진 소아·청소년 방역 패스 조치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이들은 백신 부작용 민원이 끊이질 않는 이 시국에, 어린 소아·청소년들에게 득과 실이 모호한 이 시점에 ‘방역 패스’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생존권, 학습권, 사회권 등 심각한 차별과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백신 안 맞으면 학원도 가지 말라는 것인가? 이건 강제잖아”라며 반발했다.

    정부가 내년 2월부터 만 12~18세 청소년들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다중시설을 출입하려면 방역 패스가 있어야 한다는 방역 강화 조치 후 학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방역 패스는 접종 완료자나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미접종자만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접종률이 낮은 청소년들의 접종 완료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이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다. 시기는 접종을 위한 기간을 고려해 약 8주간 유예한 후 내년 2월 1일부터 적용할 방침이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청소년이 동참할지 의문스럽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아이들에게 백신 강요하지 마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20일 오후 기준 13만8798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고, ‘초등학생인 우리가 청소년 백신 패스에 반대하는 이유’라는 글도 9403명의 동의를 얻었다. 심지어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함께하는 사교육연합 등 일부 단체는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에 청소년 방역 패스 도입 행정명령 철회 및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체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실상 미성년자에 대한 백신 접종 강제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학부모들을 이토록 불안하게 했을까? 바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이 사태를 야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하더라도 학생 감염 위험이 크지 않다고 했고, 백신 부작용이 중장년층보다 청소년에게 더 많다는 통계를 잇달아 발표하는 등 자율 접종을 장려하던 정부가 오미크론이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갑자기 이를 뒤집는 방역 조처를 한다면 어느 학부모가 정부의 말을 순순히 믿고 따르려 하겠는가? 사실상 접종 강요라는 비난을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현재 경남의 10대 이하 코로나 확진자 수는 3193명(19일 기준). 이 가운데 접종 완료자는 18명이며, 나머지 미완료자는 3175명(1차 포함)에 이른다. 또한 최근 4주간 코로나 확진자 수는 3805명으로 이 중 10대 이하 확진자 수가 1003명에 이르고 있다. 이 상황을 보면 분명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학교로 찾아가는 백신 접종’을 실시하는 등 청소년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방역당국이 이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불안해하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방역 패스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 불안감 해소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방역 패스’는 ‘강제 패스’라는 불신의 화살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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