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중하다-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2-02-08 20:40:02
  •   

  • 6살 된 집 고양이 시저가 이번 설 다음날 하늘나라로 갔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날 췌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한지 한 달여 만이다. 이미 암세포가 여러 장기로 전이돼 수술이나 항암치료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가족들은 시저가 가는 날까지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게 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 시저가 떠나던 날 아침, 이대로 출근하고 나면 다시 못볼것 같아 한참을 눈을 맞추다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퇴근시간 무렵 시저가 숨을 거두었다는 연락이 왔다. 아기 때부터 6년을 함께하며 즐거움을 준 시저가 우리 가족 곁을 떠났다. 동물장례식장에서 화장을 하고 바람 속으로 보냈다.

    누구는 고양이 한 마리 죽은 걸로 호들갑을 떤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과 같이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단순히 고양이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것을. 떠난 빈자리와 집안 구석구석 느껴지는 흔적들은 가족이 세상을 떠났을 때 받는 충격과 같다.

    지극히 사적인 집 고양이 일을 꺼낸 이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동물을 학대한 잔혹범죄 뉴스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몽둥이로 때리고, 총으로 쏘는가하면 꼬리를 잡고 담벼락에 내리쳐 죽이기까지 한다. 저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몸서리치지만 지난 2020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총 1014명이 검거됐을 만큼 이미 일상처럼 발생하고 있다. 물론 동물보호법도 제정돼 있다. 지난 1991년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고, 잔혹범죄 잦아지면서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실제 동물학대를 하다 적발돼도 실형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적다.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3398명 중 실형은 0.3%인 12명에 그쳤다. 이처럼 동물학대가 만연한 것은 동물에 대한 경시 인식 때문이다. 민법 제98조에도 법적용 대상을 인간이 아니면 물건으로 구분하면서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했다.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치부되다 보니 학대당하거나 죽임을 당해도 재물손괴재로 처리되고, 사체도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쓰레기처럼 버려도 무방하게 했다. 동물권의 지속적인 요구에 결국 정부는 지난해 민법 제98조 신설개정안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을 두기로 입법예고를 했다.

    동물학대에 대한 우려는 그 끝이 사람에게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유영철도 잔인하게 개를 죽인 동물학대 전력이 있었다.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상대적 약자인 어린이나 노약자를 쉬운 범행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최근까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애완(愛玩)동물’이라 불렀지만 이제 ‘반려(伴侶)동물’이라고 부른다. 애완동물이 ‘좋아해 가까이 두고 귀여워한다’는 것이라면 반려동물(伴侶動物)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이란 의미다. 한걸음 나아가 인생의 반려자, 가족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족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것은 중대범죄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체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소중하다.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