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동서남북] 조선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 김성호(통영고성거제 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2-10 20:22:43
  •   

  • 그동안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생산인력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력을 구하지 못해 원청으로부터 배정 받은 물량을 울면서 반납하는 하청업체가 발생하는 등 인력 부족 현상은 이미 현실화 됐다.

    조선산업은 노동집약 산업이다. 두꺼운 철판을 자르고 붙이는 모든 일엔 사람의 손이 일일이 가야 한다. 노동집약 산업이라고 해서 아무나 일을 시킬 수도 없다. 배관은 적어도 5~10년, 취부는 3~5년, 용접은 2~3년 근무해야 숙련공이라고 불릴 만한 경지에 오른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조선산업 종사자는 대략 9만7000명 정도다. 2014년 현대, 대우, 삼성 빅3를 비롯해 현대미포, 현대삼호, 한진, STX, 대선, 대한, 성동, SPP 등 11개 조선소가 활약할 당시 조선업계에 종사하는 인력은 약 20만명이었다. 계속된 구조조정과 중형 조선소의 몰락 속에 지난 10년 동안 조선 인력은 절반 이상이나 줄었다. 업계에서는 최소 6만명 정도의 신규 인력이 유입돼야 인력 부족 현상이 해갈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타깝게도 빠져나간 인력 대부분은 조선 현장으로 다시 유턴할 생각이 없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중 조선업의 임금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직율이 가장 높은 산업이 조선산업이다. 조선산업은 젊은이들에게 3D업종으로 낙인 찍혀 지원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조선 현장의 인력 부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매우 소극적이고 단기적이다. ‘신규 인력에 2개월 간 월 100만원 지급’ 같은 인력 유치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대학이나 특성화 고교에서 조선업이 한창 잘 나갈 때 우후죽순처럼 만들었던 조선 관련 학과들은 수주 가뭄 이후 하나 둘씩 사라졌고, 주 52시간의 적용으로 연장 근로 특근이 제한되면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마저 큰 폭으로 줄었다. 지금 조선 현장의 기능 인력은 대부분 40~50대들이다. 조선업 인력 공동화 현상이 눈앞까지 치달았다. 지금부터라도 조선 인력 수급에 대한 비상 대책이 절실하다. 그동안 조선 현장의 노동자들은 어떤 처우를 받아 왔는지? 하청업체엔 적정 단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조선소를 이탈한 기능 인력들이 왜 다시 복귀하지 않는지? 깊게 고뇌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번 도크엔 2020년 말 수주한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2척이 건조 중이다. 길이는 336m에 이르고 폭 60m, 높이 30m에 달한다. 이 선박의 길이는 63빌딩 높이의 1.5배 정도, 높이는 10층 건물에 해당하며, 갑판에는 축구장 3개를 배치할 수 있다. 이 거대한 역삼각형 모양의 철 구조물엔 노동자의 땀이 배어 아마도 짠맛이 날지도 모르겠다. 조선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이다.

    김성호(통영고성거제 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성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