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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잊지 마라, 고작 0.73%p 차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3-15 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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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급 비호감’ 대선 결과는 절묘했다. 0.73%p 득표율 차이는 차악(次惡)의 선택에 던지는 메시지다. ‘역대급 최소 득표 차’로 승자독식의 자리를 차지한 권력을 향한 오만의 경계다. 창원시 성산구 인구(25만1000여명)에도 못 미치는 24만7077표 차이다. 투표자 절반의 마음도 얻지 못한 48.56% 득표율로 승리의 샴페인을 터트리는 순간 5년 뒤 다시 역전이다. ‘민심은 천심’이란 통설마저 거부하며 가슴에 권토중래의 칼을 품은 47.83%의 반쪽이 있다.

    보수세가 강하다는 경남 득표율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58.2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37.38%다. 도민 79만4000여명은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재명 득표율은 지난 19대 대선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경남 득표율(37.24%)을 넘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경남에서 36.73%를 얻었다. 미미하지만 나름의 약진이다. 국민의힘 대약진 그늘에 가렸을 뿐이다. 민심은 변화무쌍하다. 정권의 무능을 오래 인내하지 않는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557만표 차의 승리를 안겼던 ‘촛불 민심’의 환호성은 5년 만에 싸늘하게 식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약속도 국민 마음에서 멀어졌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 청와대 비서관실에 ‘춘풍추상’ 액자를 걸도록 했다.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다. ‘남에게는 봄바람같이 대하되, 나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데 현실은 철저하게 ‘내편 네편’으로 갈렸다. 41.1%의 지지율로 당선된 문 대통령은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던 초심의 궤도를 이탈했다. 극단으로 치달은 진영 갈라치기에 나라는 두 동강 났다. ‘아빠 찬스’ 등으로 상징되는 ‘조국 사태’는 공정의 가치를 내걸었던 정권의 걸림돌이 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무용지물의 통과의례 정도로 격하됐다. 야당의 반대에도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인 인사는 34명에 이른다.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결국 현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민심은 들끓었다. 28번의 부동산 정책은 일관되게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무주택자는 하루아침에 ‘벼락 거지’로 전락했다. 내 집 마련은 이승에선 이루기 힘든 꿈이 됐다. 오갈 데 없는 서민은 정권에 대한 분노로 불면의 밤을 지새웠다.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 배우자나 장모를 둘러싼 숱한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그보다 현 정부 5년의 실정(失政)이 더 크게 민심을 흔들었다.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불의하다’는 분노는 표심으로 분출됐다. 진보·보수의 ‘10년 정권주기설’도 여지없이 깨졌다. 윤 당선인은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직 나만 믿고, 오직 내 뜻만 따르겠다’는 달콤한 독단의 유혹은 언제든 손을 내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다모클레스의 칼’ 경구가 있다. 권력자는 겉으론 모든 걸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 아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은 그 존재를 망각하는 순간 떨어진다.

    고작 0.73%p 차 초박빙 승리다. 절반에 가까운 반대 표심을 자계(自戒)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항상 권좌를 향하고 있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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