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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과연 옳은 선택이었나? -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2-03-21 21: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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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은 내뱉었고, 국민과 한 약속은 지켜야겠는데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호, 이전 비용, 국민과의 소통, 주민 기본권 침해 등 여러 문제점을 고려하다 보니 결정이 쉽지 않다. 연일 신문의 주요지면과 방송의 메인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제왕적 권위’의 상징인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던 윤 당선인의 공약은 비용, 경호 등을 이유로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이 확정됐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아니라 용산 대통령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봄꽃이 지기 전에는 국민 여러분께 청와대를 돌려 드리겠다. 국민 여러분께서 일상을 회복하는 날에 청와대의 그 아름다운 산책길을 거닐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의 말은 지켰을지 몰라도 윤 당선인이 국민과 약속한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지킬 수 없게 됐다.

    윤 당선인은 후보 당시 광화문 대통령 시대 구상을 밝히며 ‘국민은 담장으로 둘러쳐진 숲속에 있는 대통령이 아니라 광장에서 참모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대통령을 만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또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가 아닌 광화문에서 근무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었다.

    국민들은 묻는다. 500억원(행안부 보고)에 이르는 청와대 이전 비용과 5000억원(국방부 보고)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국방부가 옮겨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대통령 취임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소통을 위해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간다는 말이 쉽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 소통은 임기 5년 내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일이지 집무실을 이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특히 용산 국방부 청사 주변은 군사시설이 밀접해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으로 구중궁궐인 청와대와 다를 바 없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국방부로 들어가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윤 당선인 측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생기는 부지를 공원화한 뒤 대통령 집무 공간과 연결시켜 국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거 같다. 용산공원(330만㎡)은 아직 조성시기가 불확실하다. 주한미군 관사 등 인근 부지는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용산공원 조성은 윤 당선인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공원 옆 대통령 집무실’ 구상은 정말 구상에 그칠지도 모른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 용산공원 조성이 마무리돼 ‘공원 옆 대통령 집무실’ 구상은 임기가 끝난 뒤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이 윤 당선인으로서는 다소 부담은 되겠지만 지금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보다는 산불 사태로 슬픔에 잠긴 이재민과 산불 대책을, 그리고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로 시름에 잠긴 자영업자, 소상인들을 먼저 돌아보고 살피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그 돈으로 산불 난 이재민이나 도와주지, 한두 푼도 아니고 수천억원을 이전 비용에 쓴다는데 말이 되나?”라고 말한 한 시민의 말이 뇌리를 맴돈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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