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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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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21) 우문지화(右文之化)

- 글을 숭상함으로써 생기는 교화

  • 기사입력 : 2022-03-22 08: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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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인류가 이렇게 문명이 발달한 세상에서 사는 것은, 글의 도움이 크다. 누가 발명을 해도 그것을 보존하여 전달할 도구가 없다면, 발명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다음 세대로 전달이 되어 축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세계 여러 민족 중에서 가장 글을 숭상해 온 민족이다. 산골 두서너 집 있는 마을에서도 글 읽는 소리가 끊어지지 않았고, 부모는 글을 몰라도 자식에게는 글을 알게 하려고 가난 속에서도 공부시켜 왔다.

    우리나라가 1961년 개인 소득 70불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40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글을 숭상하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열심히 공부하게 뒷바라지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과학기술만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인문학도 국가 발전에 크게 영향력을 미친다.

    조선시대에는 너무 글만 숭상하고 산업과 국방을 등한시하여 나라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가 없었다. 결국 1910년에 일본에게 멸망 당하고 말았다. 일본 아니라도, 다른 나라가 멸망시켰을 것이다.

    조선이 너무 글만 숭상하다가 망한 것 때문에, 오늘날은 과학기술만 중시하고, 글을 너무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라가 올바로 되려면, 글을 위주로 하는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인문학을 일으켜 인성(人性)을 바로잡고, 전통문화 가운데서 좋은 것을 잘 계승해 나가면, 세계적인 경제대국에 맞게 삶의 질이 높은 이상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 인성이 바르게 되면, 자기의 임무를 다하고 남을 배려하고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져, 저절로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도서관을 짓고 박물관을 짓고, 문화원 등을 짓는 것이 다 인성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 3월 14일 함안군에서 복합문학관 건립 기공식을 하였다. 복합문학관은 무엇인가? 현대문학과 한문학을 함께 일컬어 복합문학관이라 했는데, 현대문학과 한문학의 자료를 많이 모아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그 안에서 강의, 학술발표회, 세미나 등을 늘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문학의 핵심 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복합문학관이 들어서게 된 것은, 조근제(趙根濟) 함안군수의 특출한 발상에 기인하였고, 군의회 의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었다.

    1년 정도 지나면, 9백 평 규모의 복합문학관이 들어설 것이다. 자료의 대부분은 한문학 관계 자료일 것인데, 필자가 갖고 있는 자료도 기증하겠지만, 앞으로 전국 각 대학의 한문학, 중문학, 국사학, 동양철학과 교수들의 귀중한 장서도 다 받아들일 것이다. 한문학 분야에서는 국립도서관이나 서울 유명 대학의 도서관보다 더 알찬 학문 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중국 일본에서도 열람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명소가 될 수 있다.

    함안에서는 복합문학관의 기공식을 가졌는데, 남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의령군에서는 성수현(成守鉉)문화원장 등이 주도하여 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조화를 이룬다.

    문화를 통한 심성의 교화에 관심을 둔 고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가 문화국가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右 : 오른쪽, 우. 숭상할, 우. *. 文 : 글월, 문. *. 之 : 갈, 지. …의, 지. *. 化 : 바뀔, 화. 교화, 화.]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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