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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사라지는 꿀벌… 인류도 사라진다-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2-03-22 19: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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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경남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갑자기 종적을 감춘 ‘꿀벌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꿀이 사라지면서 당장 꿀을 채취하지 못하는 양봉농가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여파는 수정을 하지 못하면 생산을 못하는 과일과 채소 생장에도 타격을 미치게 된다.

    꿀벌 실종사건은 이렇다.

    겨울을 지낸 꿀벌들은 보통 1월 중순이면 깨어나 활동을 하게 되는데 벌통을 열어보니 벌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양봉업계에 따르면 경남 4만5000여 벌통을 비롯해 전국 4000여 농가에서 약 39만여통의 벌통에서 벌이 사라졌다. 1개 벌통당 1만5000~2만 마리의 꿀벌이 살고 있는데 이를 계산해보면 약 60억~70억 마리가 사라진 것이다.

    벌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기생성 해충인 ‘꿀벌응애’를 꼽았다. 피해지역에 집단으로 관찰됐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상 기후를 꼽았다. 지난해 9월과 10월 평년보다 낮은 기온때문에 꿀벌들이 이른 시기에 월동에 들어갔는데 11~12월에 기온이 높아지면서 벌통 밖으로 나와 꿀 채집에 나섰다가 다시 낮아진 기온에 돌아오지 못하고 집단 폐사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바이러스 검출이 원인으로 제기됐다. 정현조 한국양봉협회 경남도지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검사 당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피해 농가의 시료 채취 후 질병 검사를 다 했다”며 “전부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정부는 농가가 약제를 과도하게 사용했고 방제를 부족하게 했다는 이유를 대며 책임 전가하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에도 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토종벌 65%가 사라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2000년대 들어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때도 응애류 등 해충과 바이러스, 살충제 등이 원인으로 제기됐다. 공기와 물이 흔해서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처럼 흔하디 흔한 작은 곤충 꿀벌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산다.

    꿀벌은 단순하게 꽃가루를 전달해 주고 꿀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꿀벌은 식물들의 수분활동을 도와 열매를 맺게 만드는 도움을 줘 생태계를 순환하는데 매개역할을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세계 100대 작물의 71%가 꿀벌을 통해 수분작용을 도움받고 있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71%에 달하는 인류의 식량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 해 142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꿀벌 실종사태는 곧바로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꿀벌 실종사태가 인류의 멸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이 헛말이 아닌 셈이다.

    종국에는 아인슈타인이 경고했던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말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류의 탐욕은 끝이 없다. 무분별하게 농약을 살포하는가 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켜 온도에 민감한 꿀벌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점점 위축시키고 있다.

    봄 기운을 가득담아 꽃 사이로 분주하게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들의 앵앵거림도 오래지 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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