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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마산과 제주 역사의 현장에서- 차상호(창원자치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4-04 20: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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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러 날짜에 맞춰 제주를 가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온 가족이 제주 4·3 평화공원에 갔다. 원래는 3일에 다녀오려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한다고 해서 하루 당겨 2일에 다녀왔다. 당선인이 오면 경호문제도 있을 테고 아무래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여유 있게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제주를 몇 번이나 갔지만 4·3 평화공원은 처음이었다. 원래는 4·3 평화교육센터(어린이체험관)에 가려고 했는데 휴일엔 문을 열지 않는 데다 사전예약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여유롭게 공원을 산책하고 4·3 사건의 상징 꽃이기도 한 동백꽃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4·3 평화기념관으로 들어갔다.

    일부러 그랬는지 기분 탓인지 기념관 내부는 서늘했다. 조금은 춥게 느껴질 정도였다. 전시관에 들어서니 동굴처럼 어두웠다. 벽도 그렇고 동굴 내부처럼 꾸며놓았고, 항아리들도 보인다. 몇 해 전 4·3 사건 당시 동광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지슬’의 배경이 된 피란민들의 동굴을 가본 적이 있다. 입구도 좁았지만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기어가지 않으면 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4·3 당시 사용했던 항아리며 식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안전모를 쓰고 갔음에도 몇 번이나 머리를 부딪쳤던 기억이 있다. 알뜨르(아래 들판) 비행장과 격납고도 보고 4·3과 관련된 여러 곳을 다녔었다.

    이번 제주여행은 말 그대로 놀러 간 것이었다.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한 것도 아니었고, 간 김에 들러보자고 해서 갔는데 초등학생인 두 아이는 어떻게 보고 느꼈을지 궁금하다.

    전시관에는 4·3 특별법에 서명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이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또, 국가원수로서 공식 사과를 한 것도 처음이라고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기간 5년 동안 3차례나 4·3 추념식에 참석했다. 당선인 신분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3월 대구·경북, 제주, 광주전남, 경남·울산 등 기자협회는 국립 3·15 민주묘지를 찾았다. 대구 2·28, 마산 3·15, 제주 4·3, 광주 5·18의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알리기 위해 매년 각 지역을 연대 방문하고 있다. 3월 마산을 찾았을 때는 마침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자연스레 대통령 선거 얘기와 득표율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기자협회 지부장들은 0.7%에 불과한 차이로 당선됐으니 국민통합이 우선 과제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당선인 역시 통합을 이야기했다. 참석자들은 통합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 많겠지만 대구와 창원, 제주, 광주를 직접 방문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나눴다. 당선인이 제주에 이어 대통령 취임 이후인 5월에는 광주를, 내년 2월에는 대구 그리고 내년 3월에는 창원을 찾을지도 관심이다. 그러고 보니 대통령이 3·15의거 기념식에 참석한 기억은 없다. 국무총리가 방문하든지 그도 아니면 부총리가 왔던 것 같다. 지난 2018년에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을 비롯해 야당이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었다. 같은 국가기념일인데 한 달 전 대구에는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과 국립 3·15 민주묘지를 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봐야겠다. 학교에서도 배우겠지만 그래도 직접 가보고 느껴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으니까 말이다.

    차상호(창원자치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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