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2-04-19 20:20:40
  •   

  •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거대한 물결이 새롭게 몰려오고 있다. 1999년 제작된 영화 〈매트릭스〉는 메타버스의 한 모습으로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세계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가상현실은 주로 실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 3차원 이미지의 롤 플레잉(role playing, 역할 수행)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2년 전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시작된 팬데믹은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시대를 열었다. 직장의 재택근무와 학교의 온라인 수업, 그리고 각종 행사와 모임이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진행됐다. 이처럼 현실과 가상 사회의 혼종(混種, hybrid) 서비스가 메타버스로 향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정보 인프라가 앞선 나라와 젊은 세대, 정보의 역할 비중이 큰 산업 분야에서 높게 나타난다.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구축에 앞선 나라가 메타버스 플랫폼의 구축과 활용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대별로 가상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업 분야 별로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활동이 정보에 의존할수록 적용이 쉽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영향과 미래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예측은 현재 시점에서 불확실하다. 기술적으로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결합하는 서비스 개발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수용과 법적·제도적 규제 등의 방향이 정립되지 않고, 아직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매우 막대한 만큼, 우리의 인식과 대응이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메타버스의 특징을 살펴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메타버스는 물리적으로 제한된 실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해 이론적으로 무한히 확장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계속 늘어나고 각각의 플랫폼 내에서 각종 공간을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벌이는 사업이 지구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도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명동부터 효용가치가 낮은 곳까지 편차가 크듯이 메타버스 내의 공간도 선호도와 효용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는 메타버스 내에서 공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됨을 시사한다. 즉 살아 있고 살아나는 공간과 죽어 있고 사라지는 공간이 교차하게 된다. 메타버스 내의 공간은 생성, 변화, 소멸을 거듭할 것이다. 다음에 메타버스의 경쟁력은 콘텐츠, 즉 이야기의 힘에 의존한다. 왜냐하면 메타버스를 찾는 이유는 이야기를 직접 만들거나 발전시키고, 유통과 소비에 최적화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미디어인 말과 글, 책,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OTT 서비스, 소셜미디어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야기의 유형과 정보 제공의 속도와 효율성을 고려해 최적화된 미디어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와 미디어의 조합은 고정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연한 결합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또한 콘텐츠의 내용에서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끝으로 메타버스 시대의 사회는 긍정적 측면을 최대한 추구하되 부정적 측면을 적절히 통제하고 최소화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긍정적 측면은 현실 사회에서 인간을 규정 짓는 재산을 비롯해 지위, 성별, 인종, 외모, 나이 등이 주는 차별적 요소를 극복할 기회를 부여받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 사회의 부정적 측면인 갈등과 차별, 혐오, 각종 범죄 등으로 인한 피해가 더 넓은 범위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메타버스 속의 조직과 공동체는 현실 사회보다 결속력 측면에서 느슨하고, 구속성이 약하며, 자유롭고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므로 일방적 권위를 내세우는 수직적 관계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밝은 모습의 메타버스가 희망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은 기회와 자유는 더 많은 준비와 책무감을 요구한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