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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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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국회의원이 지자체장을 노린다-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4-25 20: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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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히 권력 역류(逆流)다. ‘대한민국 최고 직업’으로 희화화하는 국회의원 ‘금배지’를 떼고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 정치권에서 지역으로 ‘하방(下放)’이 줄을 잇는다. 지역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묵계가 깨지고 있다. 민선 초기 지자체장을 국회의원 ‘하수인’ 정도로 여겼던 세태와는 딴판이다. 국회의원보다 정치 체급이 떨어지는 인물이 지자체장을 한다는 인식은 옛말이다. 지방자치제가 30년을 향해 가면서 지자체장의 몸값은 높아졌다. 그만큼 권한이 막강해졌다는 얘기다. 이들이 갖는 의사 결정권과 인사, 예산 집행 권한은 성과적 측면에서 국회의원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한편으론 여의도 정치권의 ‘권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이번 대선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당선인과 경기도지사 출신 이재명 후보 모두 ‘국회의원 0선’ 이력에도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국회의원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윤심’ ‘이심’을 얻으려 목을 맸다.

    경남도 ‘정치 하방’ 흐름에서 비켜나지 않는다.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로 확정된 박완수 의원은 창원 의창구 재선이다. 행정고시 출신인 그는 일찌감치 경남 지사직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지사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을 당시 박 의원 최측근 인사는 “경남지사 당선이 (박 의원) 평생의 꿈”이라고 귀띔했다. 애초 국민의힘에서는 윤한홍(창원 마산회원구)·윤영석(양산갑) 의원 등 다수의 정치인이 경남지사 출마를 준비했다가 중도에 뜻을 접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경력이 지자체장으로 직행할 수 있는 ‘프리패스’도 아니다. 정치 경력만 믿었다간 ‘좁은 문’ 앞에서 고배를 들이킬 각오를 해야 한다. 박 의원과 공천 경쟁에서 패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5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화려한 정치 이력에도 패했다. 현역인 강기윤(창원 성산구) 의원과 진주에서 4선을 지낸 김재경 전 의원은 창원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컷오프됐다. 거제에서 재선한 김한표 전 의원은 거제시장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경선 후보 3배수에도 들지 못한 채 컷오프됐다. 김해에서 재선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사무총장을 지낸 김정권 전 의원은 의령군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치인의 지자체장 출마는 중앙무대의 인맥과 경력을 지역에 접목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능력주의가 후보의 자질을 대통령이나 중앙 정치권 친밀도와 동일시하는 점은 문제다. 즉, 지방선거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기우는 모순의 발로다.

    지방자치는 지역민이 다수결로 구성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합심해 지역 현안을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모델이다. 이에 분권은 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에 종속된 태도에서 벗어나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그런데도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 후보가 대통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과 찍은 사진을 돌리며 ‘뒷배’를 과시하고 복종을 예고하는 구태는 공공연하다. ‘지방선거인데 지방이 없다’거나 ‘중앙정치 대리전이 됐다’는 평가는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정치 권력의 역류가 탁류(濁流)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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