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7일 (수)
전체메뉴

[미세먼지 오해와 이해 사이] 사계절 찾아오는 불청객, 지나친 걱정은 NO!

WHO “미세먼지로 전 세계 700만명 조기 사망”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심혈관계질환 등 유발
마스크 미세먼지 차단율 높을수록 숨쉬기 불편

  • 기사입력 : 2022-05-02 08:02:36
  •   
  • 희뿌연 하늘에 모래바람까지 더해지는 날이 점점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됐지만, 날씨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더 신경 쓰이는 요즘엔 미세먼지 때문에라도 마스크는 필수다. 사계절 내내 조심해야 하는 미세먼지에 대해 알아보자.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얼마를 더 견뎌야 이 갑갑함을 벗어던질 수 있을지, 그런 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 온통 불안한 마음들이다. 억지로 위안거리를 찾는다면 마스크 덕분에 감기 환자가 줄고, 미세먼지 걱정 덜하고 살게 되었다는 정도일까?

    코로나19 확산 전 일상의 건강 관심사는 미세먼지였다. 날씨 정보에 미세먼지 농도도 당연히 포함되었고, 아침에 눈뜨면 스마트폰을 켜고 미세먼지 상태부터 확인하곤 했다. 문제는 일 년 365일 중 미세먼지 수준이 양호한 날이 손꼽을 정도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노약자나 초중고생들 사이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초미세먼지에 갇힌 창원도심./경남신문 DB/
    초미세먼지에 갇힌 창원도심./경남신문 DB/

    ◇얼마나 해로운가?=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한 해에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고,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석면, 벤젠 등과 함께 1군(Group 1)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먼지를 제거하려고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이때 부작용인 염증반응이 나타난다. 기도, 폐, 심혈관, 뇌 등 우리 몸의 각 기관에서 이러한 염증반응이 발생하면 천식, 호흡기질환, 심혈관계질환 등이 유발될 수 있다.

    먼저 호흡기질환부터 살펴보자. 기관지에 미세먼지가 오래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지며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어,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게 된다.

    다음은 심혈관질환이다. 심혈관질환의 주범은 초미세먼지(PM2.5)다.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아 폐포를 통해 혈관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에 손상을 주어 협심증,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심질환의 사망률이 30~80% 증가한다.

    ◇마스크의 역설?= 건강을 위해서는 미세먼지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혹은 ‘나쁨’일 때는 될 수 있으면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그런데 마스크의 먼지 차단 성능이 좋을수록 건강에도 좋을까? 천 마스크나 덴탈 마스크는 단순 비말 제거용이므로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차단하지 못한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이상,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미세먼지 제거율이 높을수록 저항이 커져서 숨쉬기가 더 불편해진다. 건강한 사람들은 KF 마스크를 쓸 때 다소 불편하더라도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고 벗으면 증상이 사라져 후유증이 남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노약자나 임산부와 태아에는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흉부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은 사람들이 숨을 쉬기 힘들게 만들어서 육체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 1회 호흡량을 감소시켜 호흡 빈도를 증가시키고 폐포와 폐에서의 환기를 감소시키며, 심박출량 감소로 이어져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만성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기타 숨을 쉬기 어려운 의학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호흡 기구로 분류되는 N95 마스크를 사용하기 전에 의사나 건강관리자와 상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과 싱가포르 정부의 지침서에서는 이에 더해 노인과 임산부도 마스크 착용에 신중할 것을 권고한다. 미세먼지 차단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호흡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역설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미세먼지

    ◇지나친 걱정도 문제!= 조심해서 해로울 것은 없지만 노이로제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경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국내 기준상 미세먼지 농도가 좋은 날만 야외 운동을 한다면, 사실상 실외 운동은 거의 포기해야 할 것이다. 비타민 D의 원천인 햇빛과 유산소운동의 이로움을 생각하면 미세먼지 정도가 ‘나쁨’ 혹은 ‘매우 나쁨’인 날조차도 단시간의 야외 운동을 피하는 것은 지나치다.

    미세먼지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아주의대 장재연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세계에서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가 낮은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은 우리나라의 약 절반 수준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기준은 미국보다 기준도 더 강력하고, 그에 대한 불필요한 행동규제도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PM10의 경우 미국은 54까지는 ‘좋음’인데 우리는 30 이하만 ‘좋음’이다. 미국에서 ‘민감군에게 나쁨’은 155~254 사이인데, 우리나라는 151 이상이면 ‘매우 나쁨’에 해당한다.

    그러니 어쩌면 좋은가. 미세먼지 ‘나쁨’ 이상인 날에 운동을 해도 괜찮은지는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 유무, 연령 등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적절한 운동과 미세먼지 회피 전략 사이에 건강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상규 기자

    한국건강관리협회 2022년 건강소식 4월호

    정유석 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글에서 발췌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진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