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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가스라이팅- 김호철 (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5-09 0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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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호 철 사천남해하동 본부장

    최근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들이 구속되면서 가스라이팅 용어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피의자들은 피해자의 일상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며 피해자를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려 가족·친구들로부터 고립시킴으로써 피해자가 피의자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가스라이팅은 다른 물리적 폭력 등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 자체만으로 범죄가 성립되지는 않기 때문에 ‘직접 살인’을 놓고 치열한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1944년 ‘가스등’ 영화에서 유래한 가스라이팅은 ‘심리적 지배’ 또는 ‘정신적 학대’를 의미한다. 이 영화에서 아내의 재산을 노린 남편은 가스등을 희미하게 켜놓고 아내가 어둡다고 할 때마다 아내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온갖 핀잔을 준다. 결국 아내는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믿게 되고 남편을 의지하게 된다. 남편은 온갖 속임수와 거짓말로 멀쩡한 아내를 정신병자로 만든다.

    ▼가스라이팅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항상 일어나고 있는 간섭과 같다. 우리는 나도 모르게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본성을 항상 갖고 있다. 그와 동시에 심리적 압박을 거부하고 싶은 본성도 강하게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간섭을 받기 시작하고, 죽을 때까지 남에게 간섭을 하고 산다. 우리는 간섭이 너무 싫었지만 어느 정도 우위를 갖게 되면 간섭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율배반적 행동은, 모든 것을 나를 기준으로 한 판단에서 비롯된다. 욕심도 여기에 해당된다.

    ▼‘너무 좋아해서’, ‘너무 아끼고 싶어서’, ‘잘 되기를 바라서’ 등의 이유로 베푸는 것을 호의적 관심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관심이 심해지면 간섭이 되고, 간섭이 심해지면 심리적 학대가 된다. ‘내가 맞다’라는 일방적인 맹신 때문에 주변에 피해를 주는 가스라이터는 아닌지…. 내 자식도 ‘있는 그대로’ 가만히 놔두려는 습관을 배워본다.

    김호철 (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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