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촉석루] ‘뜨신 편지’- 윤금서(작가·‘뜨신편지’ 따숨 대표)

  • 기사입력 : 2022-05-09 20:23:08
  •   

  • 지금 선택한 길이 올바른 것인지 누군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고민이 깊어지면 내 얘기를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울 것 같다. 어딘가에 정말로 ‘나미야 잡화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밤새 써 보낼 고민 편지가 있는데, 어쩌면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너무도 귀하고 그리워서 불현듯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비로소 눈앞이 환히 트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중에서.

    딸에게 선물 받은 책 속에 희망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이웃과의 소통은 어려워졌고, 어쩌면 혼자가 더 편하다고 생각했던 요즘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절실히 필요했다. 모두가 이런 마음일 거란 생각으로 ‘뜨신 편지’를 만들었다. 뜨신 편지는 말 못 할 고민이나 부치지 못한 편지를 익명으로 우체통에 넣으면 ‘따숨’ 봉사자들이 위로와 격려를 담아 손 편지로 답장을 보내주는 곳이다. 따뜻한 편지를 경상도 사투리로 바꿔 ‘뜨신 편지’라 부르고, 마음 따뜻한 봉사자들이 모인 단체라는 뜻에서 ‘따숨’이라 정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와 세 도둑처럼 이제 누구나 ‘따숨’이 돼 행복의 씨앗을 건넬 수 있다. 입대를 앞두고 사랑하는 여자 친구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할 수 없다는 청년, 모진 시집살이를 시키신 시어머니의 영정사진만 봐도 화가 나 참을 수 없다는 며느리, 진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20대 등 다양한 사연이 뜨신 편지함으로 속속 도착했다. 그중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한 편지는 암 투병을 이겨낸 친구에게 쓴 응원의 메시지였다. 글쓴이는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긴 친구를 보며 삶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은 친구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는 사연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졌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우린 누군가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 당신의 뜨거운 마음을 받아내 줄 편지지 한장과 볼펜 하나면 충분하다. 마음이 담긴 편지는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 받는 이의 마음에 행복의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따뜻한 사람이 된다. 서로의 온기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윤금서(작가·‘뜨신편지’ 따숨 대표)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