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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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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예쁘십니다”- 윤금서(작가·‘뜨신편지’ 따숨 대표)

  • 기사입력 : 2022-05-16 19: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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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네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단박에 행복해지는 인사말이 뭐가 있을까? 이른 완경으로 초라함을 느끼고 한없이 작아졌을 때 누군가 건네준 “예쁘십니다” 이 한마디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나도 이 말을 건네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MKYU 514 챌린지 ‘갱년기 여자리셋’ 챌토링을 진행하며, 우린 매일 아침 서로에게 “예쁘십니다”라는 인사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예쁘십니다” 한마디에 행복해하고 설레하는 참가자분들을 보면 다들 마음은 아직 소녀라는 것을 느낀다. 챌린지를 통해 우린 서로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마음을 나눴고 친구가 됐다. 갱년기는 제2의 사춘기와 같다. 사춘기 아이를 대하듯 가족의 따뜻한 사랑 주위의 관심과 위로만 있다면 잘 극복할 수 있다.

    “갱년기 참 유별스럽게도 보낸다. 나이 들고 늙으면 다 아픈 거지, 먹고 살기 편해서 그런 거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갱년기의 가장 큰 고통은 신체적 아픔보다, 공감받지 못해 오는 우울감과 공허함이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이 갱년기를 남의 일인 것처럼, 무심한 척, 아닌 척, 숨기며 산다. 나 또한 그랬지만 이런 불편한 태도와 불합리한 시선을 바꾸고 싶었다. 우리 시대 여성들이 당당하게 건강하게 현명하게 이 시기를 지내도록 돕고 싶었다. 자식을 탄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반납한 대신, 나를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얻는 것이다. 나만을 위한, 인생의 리셋을 시작할 때다. 인생의 봄과 여름은 지났지만 열매 맺는 가을이 왔음에 감사한다. 열심히 씨앗을 심고 꽃봉오리를 피웠기에 가을의 열매는 더 무르익고 달콤하다. 인생 마음먹기 나름이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고목이 돼가는 중이다. 꾸준히 성장한다면 열매와 그늘을 나누어줄 수 있다. 갱년기를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고, 스스로 더 아끼고 사랑하자. 지금까지의 삶이 가족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아주나)였다면, 이젠 내 인생의 나를 위한 ‘아주나’ 가 돼야 할 때다. 거울을 보고 나에게 다정히 말 한마디 건네 보자. 갱년기를 겪고 있는 아내나 엄마가 있다면 눈 딱 감고 한마디만 해 보자. 한 마디 그걸로 충분하다. “예쁘십니다.”

    윤금서(작가·‘뜨신편지’ 따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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