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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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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별일 없이-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2-05-16 2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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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일 없지?/ 전화기에 조심이 묻어온다/ 초대하지 않은 별일이 올까 걱정되는/ 어머니 목소리 끝은/ 언제나 애틋하다// 별일은 환희보다 눈물에 가깝기에/ 부모로 늙는 것은 별일이 두려운 것/ 나 역시 자식에게 묻는다/ 오늘도/ 별일 없지?’ 시 한편 읽으며 아침을 열어봅니다. 최성진 시인의 ‘어제처럼’이라는 시인데요. 첫 구절부터 콧등이 시큰했습니다. 꼭 울 엄마 같아서요.

    ▼전화기 너머 엄마의 첫마디는 한결같습니다. “별일 없제?” 자주 전화 못한 미안함에 머쓱해진 저는 이렇게 대꾸하고 맙니다. “별일 있었으면 진작 전화했지.” 별일 없냐는 물음과 별일 없다는 대답. 별것 아닌 이 말이 듣는 사람을 안심시킵니다. 별 볼 일 없는 대화지만 별 탈없이 지내고 있는 서로를 확인했으니까요. 부모로 늙어가는 저도 훗날 자식에게 전화해 묻겠지요. 별일 없느냐고.

    ▼‘괜찮지 않은 날도 별일 없듯 살아내는 것, 그것으로 됐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대단하다.’ 소설가 백영옥이 쓴 칼럼의 일부인데요. 별일 없이 사는 일의 대단함, 우리도 경험했습니다. 세계적인 ‘별일’인 코로나19로 괜찮지 않은 수많은 날들을 겪었으니까요.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3년 만에 찾아온 일상. 이제 우린 별일 없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가끔 괜찮지 않은 날들이 이어져도 코로나19를 견뎌낸 힘으로 그렇게 별일 없듯 살아갈 수 있을까요.

    ▼5월입니다. 근로자의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이 총총 줄을 잇습니다. 그만큼 생각나는 사람도 감사할 사람도 많지요. 안부가 궁금했던 이들에게 기념일 핑계 삼아 전화를 걸어봅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별일 없었냐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난 별일 없이 잘 지냈다고. 이 소박한 안부전화가 선물보다 더 큰 기쁨이 될 겁니다. 여러분께도 조심스레 묻습니다. 별일 없으시죠? 부디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길.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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