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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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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물 들어온 게임산업, 표류하는 경남 (1) 게임산업의 급성장과 탈중앙

수도권서 자란 게임산업, 경남 제외한 전국서 성장 중

  • 기사입력 : 2022-06-06 21: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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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브컬처로 평가받던 게임이 주류 문화로 우뚝 섰다. 게임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이 즐기고 있고, 해외로 수출되는 콘텐츠 산업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진흥과 규제의 역사 속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주무대는 판교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이지만 최근에는 지역에서 개발된 게임들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경남은 예외다. 기본적인 인프라도 없다 보니 게임개발산업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청년들의 유출도 심각하다. 이에 본지는 (1)게임산업의 급성장과 탈중앙, (2)경남은 게임개발산업 불모지 (3)첫걸음은 경남글로벌게임센터 등 총 3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경남 게임산업의 미래를 모색한다.



    주류산업 된 게임

    국내 게임시장 1년 새 21.3% 성장
    한국 게임 규모는 ‘세계시장 4위’


    ◇무시받던 게임, 주류산업 되다= 20여년 전 게임은 단순히 남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오락거리 정도로 치부됐다. 게임을 하는 성인을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는 것도 당시에는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한국 게임산업은 중독성, 공격성 등 다양한 편견에 맞서며 ‘리니지’, ‘포트리스’, ‘메이플스토리’ 등 명작을 만들어내며 조금씩 성장해 갔다.

    10여년 뒤인 2012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애니팡’은 게임이 특정 세대만의 문화라는 인식을 깨트렸다. 최대 하루 이용자는 1000만명. 게임 문화에 인색하던 중장년층이 애니팡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는 진풍경도 나타났다.

    그로부터 또 10년이 지났다. 2022년 현재 게임산업은 콘텐츠 산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대표 문화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을 넘어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수익 또한 발생하고 있다. 게임 속 세계관, 캐릭터 등은 음악·영상·장식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창조돼 소비되고 있으며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 게임은 2022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 또한 인정받고 있다.

    이는 국내 게임시장 성장률로도 드러난다.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영향으로 -1%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19년 15조 5750억원에서 2020년 18조8855억원으로 21.3% 성장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유통업(PC방)의 성장률은 -11.9%를 기록했음에도 ‘게임 제작 및 배급업’ 분야의 모바일·콘솔 게임 성장률은 각 39.9%·57.3%로 급증한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의 한국 게임 규모는 6.9%로 미국(21.9%), 중국(18.1%), 일본(11.5%)에 이어 4위에 위치하고 있다. 2020년 수출액은 9조 6688억원으로 전년(7조8565억원) 대비 23.1% 늘었다. 전체 수출액은 9조6688억원으로 모바일 게임이 5조9990억원(62.0%)로 가장 많았고, PC 게임이 3조4272억(35.4%), 콘솔 게임 2015억원(2.1%), 아케이드 게임 409억원(0.4%) 순이다.



    수도권 벗어나는 게임산업

    지역글로벌게임센터 11개 시·도 운영
    게임성·상업성 인정받는 작품 속속
    “지역 개발 게임도 전 세계 유통 가능”


    ◇게임 개발, 접근성 강화로 탈중앙 흐름= 지난 5월 17일 최대 규모의 게임 유통망 플랫폼 ‘스팀’에 ’숲속의 작은 마녀’라는 게임이 출시됐다. 견습 마녀 엘리가 마을에서 주민들을 도와주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게임은 출시 첫날 전 세계 최고 판매 제품 1위에 등극하는 등 1주일 만에 20만장의 판매량을 거뒀다. 1장당 판매가는 1만8000원. 인기는 여전해 6일 기준 스팀 신규게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게임을 개발한 업체는 NC소프트도 넥슨도 아닌 ‘써니사이드업’이다. 부산 청년 4명으로 구성된 인디게임 개발사로, 현재 부산글로벌게임센터에 입주해 있다.

    게임 산업은 수도권에서 성장했지만 수도권에서만 가능한 산업은 아니다. 게임 개발 엔진의 상용화, 온라인 유통 플랫폼 활성화 등 접근성이 강화되면서 게임개발산업은 수도권을 벗어나 지역 곳곳에 뿌리를 내려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지역 콘텐츠 산업 및 창작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지역 콘텐츠 산업 근무 인력은 총 6만5191명이고 이 중 게임 인력은 2만6295명(40.3%)으로 가장 많다. 지역 콘텐츠 산업 총매출은 20조2546억원인데 이 중 10조565억원(49.7%)이 게임산업 매출이기도 하다.

    게임 개발의 꿈을 가진 청년들이 씨앗이라면 그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화분의 역할은 지역글로벌게임센터가 맡는다. 2015년 광주·대구·부산·전북에서 처음 운영된 지역글로벌게임센터는 2022년 현재 경기·부산·경북·전남·광주·전북·대구·충남·대전·충북·울산 등 11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7년의 글로벌게임센터 역사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된 ‘숲속의 작은 마녀’를 포함해 사우스포게임즈(광주)의 ‘스컬:더 히어로 슬레이어’, 트리노드(부산)의 ‘포코팡’, 하이디어(경기)의 ‘고양이와 스프’, 펌킴(전북)의 ‘ALTF4’ 등 상업적으로 성공하거나 혹은 게임성을 인정받는 작품들이 꾸준히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시장의 지속 성장에 지역글로벌게임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준희 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교수는 “현재의 게임산업은 지역에서 혼자 게임을 개발해 전 세계에 유통하는 것이 가능한 산업으로까지 발전했다”며 “지역 곳곳 색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있을 것이고, 지역글로벌게임센터가 이러한 청년들의 꿈을 발현시켜준다면 한국 게임시장은 한단계 더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게임산업, 왜 육성해야 하나

    정보통신업 종사자 전국 1.8% 수준
    게임 제작·배급업체도 단 3곳뿐
    청년 유출 막고 일자리 균형 맞춰야


    ◇경남 게임산업 육성 왜 필요할까= “타 지역은 몇 년 전부터 게임산업을 육성시켜 나가고 있는데, 경남이 뒤늦게 게임산업에 뛰어들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 5월 3일 경남콘텐츠코리아랩 중앙홀에서 열린 ‘경남 게임산업 육성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 정책세미나에서 한 방청객이 토론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경남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일자리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경남도 차원에서 게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남의 일자리 불균형은 심각하다. 게임산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 중 ‘정보통신업’으로 구분되는데, 2019년 기준 경남의 정보통신업 종사자는 1만1000여명으로 전국(60만7000여명)의 1.8%에 불과하다.

    게임개발 분야는 지역불균형이 더욱 심각하다. 2020년 콘텐츠 산업 조사 결과, 전국 게임 제작·배급업체는 1046개로 파악됐는데 이 중 경남은 단 3개(0.3%)뿐이었다.


    경남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인 콘텐츠 산업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청년층 역외 유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2015년 3655명이었던 청년 순유출 규모는 2020년 1만8919명으로 5년 사이 무려 5배 이상 증가했다. 장민지 교수는 “경남에는 게임산업 관련 인프라가 없어 관련 직종 취직·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며 “경남도는 ‘청년특별도 경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게임산업은 청년 친화적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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