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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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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여름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171)

- 무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 기사입력 : 2022-07-06 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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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이 철인만큼 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만든 달력에는 ‘7월’을 ‘더위달’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더위와 가장 많은 날을 함께 보내는 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위달’을 맞아 ‘더위’를 나타내는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여름철에 가장 많이 듣는 ‘무더위’입니다. 여러 곳에서 말씀을 드린 적이 있기 때문에 제 글을 보시거나 제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은 더 잘 아실 것입니다. 무더위는 ‘무+더위’의 짜임이고 앞의 ‘무’가 ‘물’을 뜻합니다. 그래서 이 말이 ‘물기를 머금어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우리나라 여름철에는 숨씨(공기)에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서 여름 내내 ‘무더위’라고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무더위는 요즘 같은 오란비철(장마철)에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무더위’와 맞서는 말로 ‘불볕더위’가 있습니다. 불볕더위는 ‘불+볕+더위’로 ‘햇볕이 불같이 뜨겁게 내리쬘 때의 더위’로 오란비(장마)가 끝나고 여름 말미(휴가)를 많이 떠나기도 하는 바로 그때, 햇볕이 쨍쨍 나면서 더울 때 어울리는 말입니다. ‘폭염’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폭염’이라는 말을 갈음해 쓰면 좋을 말이니까 ‘폭염’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불볕더위’를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먼저 알아본 ‘무더위’와 비슷한말에 ‘찜통더위’가 있습니다. 뜨거운 김을 쐬는 것같이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찜통에서 나오는 뜨거운 김을 쐬어 본 사람은 바로 느낌이 올 것입니다. ‘무더위’보다는 좀 더 센 더위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불볕더위’와 비슷한말로 ‘가마솥더위’가 있습니다. 가마솥을 달굴 때의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더운 날씨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지요. 이 말도 무쇠로 만든 가마솥에 불을 때서 달궈 보신 분들은 왜 이런 말이 만들어졌는지 바로 아시고 그 느낌도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여러 날 이어지는 더위’는 ‘강더위’라고 합니다. 이 말도 알고 있으면 쓸 수 있는 말인데 이 말은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보거나 듣기 어려운 말입니다. 이달에 오란비가 그치고 난 뒤 우리가 만나게 될 더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여러 날 동안 비가 오지 않는 것을 ‘가뭄’이라고 합니다. ‘여름철 가뭄으로 더 덥게 느껴지는 더위’를 가리키는 ‘가뭄더위’라는 말도 있습니다.

    ‘된더위’와 ‘한더위’라는 말도 있습니다. 둘 다 ‘몹시 심한 더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에 처음으로 맞는 더위’는 ‘첫더위’라고 합니다. ‘첫더위’라는 말이 있으니 ‘끝더위’라는 말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집(사전)에는 올라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끝더위’라는 말을 쓰기도 하니 머지않아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더위’와 ‘늦더위’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더위’는 ‘첫여름부터 일찍 오는 더위’를 말하고 ‘늦더위’는 ‘여름이 다 가도록 가시지 않는 더위’로 늦게까지 이어지는 더위를 말합니다. 이렇게 더위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토박이말을 알려드렸습니다. 여름을 나는 동안 알고 있으면 쓸 일이 많을 말들을 알게 되셨으니 더위를 알맞게 나타내는 토박이말로 말맛과 글맛을 제대로 내어 보시기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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