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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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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고향생각- 이은상

  • 기사입력 : 2022-07-14 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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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 하기

    소식을 전차하고

    갯가으로 나갔더니

    그 배는

    멀리 떠나고

    물만 출렁거리오


    고개를 수그리니

    모래 씻는 물결이오

    배 뜬 곳 바라보니

    구름만 뭉기뭉기

    때 묻은

    소매를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


    ☞ 이은상 (1903~1982)은 경남 마산출생으로 호는 노산이다. ‘고향생각’은 중학교 음악시간에 배워 익혔던 우리 가곡이다.

    가덕도에서 쓴 가덕도의 풍경과 섬사람들의 향수를 빌려와 일제에게 빼앗긴 민족정신과 광복을 그리는 마음으로, 일제에 짓밟힌 백의민족의 설움을 고향생각으로 표현한다. 일제강점기 약관 20세에 발표하였던 ‘고향생각’은 민족정서를 자극하는 문학을 통한 항일운동이었다.

    고향은 태어나 자란 마음속 깊이 그립고 정든 생명의 장소다. 그 끈질긴 생명력의 공간이기에 여우도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고향에서는 걸려 넘어져도 흙과 풀이 안아준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가 고향으로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면 전화나 승용차로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가덕도에서 노산의 고향바다 마산 가고파는 배가 아니라 승용차로 언제든 소통이 가능한 육지로 변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고향 떠나와 성공하거나 좌절한 사람이나 고향은 생명의 근원이고 하늘인 것은 마찬가지다.

    옥영숙(시조시인)

    ★오늘부터 ‘시가 있는 간이역’의 새로운 역장으로 옥영숙 시조시인이 함께 합니다. 옥 시인은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 ‘사라진 시’, ‘완전한 거짓말’, ‘흰고래 꿈을 꾸는 식탁’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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