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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술시장 주(酒)도권 도전 ‘증류식 소주’

달달하니 술술

  • 기사입력 : 2022-07-14 20: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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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식 증류기로 1~2번만 증류해
    쌀·보리 등 원료 풍미 살려줘
    토끼소주·원소주 등 브랜드
    독특한 맛·레이블로 MZ세대에 인기
    증류기법·숙성 방식 따라 마시는 재미도


    우리네 희노애락을 달래주던 소주가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초록색 병’, ‘아재 술’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좋은데이 참이슬, 처음처럼 등 그간 소주 시장을 주도했던 ‘주류(主流)’ 소주를 밀어내고 새 얼굴들이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2020년은 수제 맥주, 2021년은 와인 시장이 성장했다면 올해는 ‘증류식 소주’ 시장이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이후 음주 문화가 변하면서 주류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독특한 맛과 색상 그리고 감각적인 병과 레이블 등 다양한 제품을 선택하는 추세다. 증류식 소주 시장이 성장하게 된 배경과 프리미엄을 자처하는 소주들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즐기면 좋은지 알아본다.


    ◇증류식 소주 성장세 ‘뚜렷’= 코로나로 전반적인 주류시장이 감소 추세인 가운데 상승 중인 주종이 있다. 바로 증류식 소주이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0년 증류식 소주의 출고량은 1929㎘로 1년 전 1714㎘보다 12.5% 증가했다. 판매액 기준으로 보면 2011년 100억 원대에서 2020년 기준 450억원까지 10년 사이 4.5배 정도 팽창했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일품진로와 같은 대기업 제품부터, 본격적인 증류식 소주 시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화요, 안동소주를 필두로 한 전통소주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원소주’, ‘토끼소주’ 등 브랜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희석식과 증류식 소주 차이는= 소주는 만드는 방식에 따라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로 나뉜다. 증류식 소주는 알코올이 물보다 끓는 점이 낮은 원리를 이용한다. 증류식 소주는 일반적으로 단식증류기를 통해 1~2 번만 증류를 해 원료의 풍미를 살린 소주다. 증류식 소주는 쌀, 보리, 고구마 등 원료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곡물로 만든 도수가 낮은 발효주(탁주 또는 청주)를 가열하면 증발한 알코올이 다시 냉각수에 응축돼 투명하고 높은 방식으로 희석식 소주가 만들어진다. 흔히 마시는 초록병에 든 소주들이 희석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는 85% 이상의 주정(에틸알코올)에 물로 희석하고 조미한 술로 알려져 있다. 연속식 증류기란 것을 통해 증류 시에 나오는 불순물, 메틸알코올, 퓨제 오일 등도 철저하게 제거해 순도 높은 에틸알코올을 만든다. 증류식 소주를 셰프가 요리한 음식, 희석식 소주를 인스턴트 제품이라고 이해하면 좀 더 쉽다.

    일품진로
    일품진로

    ◇인기 비결= 핫한 소주로 손꼽히는 ‘원소주’ 팝업스토어는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졌고 온라인에서도 판매 26분 만에 6만 병이 팔리기도 했다.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통주 산업 부흥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다.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2020년 기준 국내 주류시장에서 전통주의 비율은 0.45%에 불과하다. 때문에 정부는 전통주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세정지원을 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증류식 소주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특산주에 속한다. 박재범의 ‘원소주’는 100% 강원도 원주산 쌀을 이용하고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은 충북 청주

    의 양조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또 2020년부터 맥주와 탁주 주세 부과기준이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출고량 기준인 종량세로 전환됐다. 전통주는 종가세 체계를 유지해 일정 규모 이하로 출고 땐 기본세율의 50%를 감면해 준다. 제조자가 직접 전통주를 통신 판매하는 것에 한해서 일반 산업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거래도 허용된다.

    두 번째, 주류시장 트렌드의 변화다. 취(醉)하기 위해 마시던 문화가 취(取)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 문화와 오감을 만족하는 문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전통주의 양조에서 판매에 이르는 과정을 이끄는 것이 바로 MZ세대다. 젊은 세대의 유입이 전통주산업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전통주 시장이 신소비층 젊은세대를 타깃으로 독특한 맛과 색상 그리고 감각적인 병과 레이블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격식을 갖추고 비싼 술이라는 인식을 뛰어넘기 위해 연예인 마케팅 등을 활용해 ‘힙한 소주’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종류= 우리나라에는 본디 수백 가지 종류의 독특하고 다양한 전통주가 존재했다고 한다. 술을 빚는 재료뿐만 아니라 방법까지 다양했다. 핫한 증류식 소주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원소주
    원소주

    △원소주= 래퍼 박재범은 올해 2월 주류제조회사 원스피리츠를 설립해 ‘원소주’를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 22%의 증류식 소주로, 출시 일주일 만에 초기 생산물량인 2만병을 팔아치웠다. 4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하루 한정 생산한 2000병이 1분 만에 동나기도 했다. 지난 12일 편의점 브랜드인 GS25에서 팔기 시작한 두 번째 제품 ‘원소주 스피릿’도 품절 대란을 예고했다. 다른 편의점이나 대형 오프라인 채널에는 팔지 않아 희소성을 더했다.

    토끼소주
    토끼소주

    △토끼소주= 미국인 브랜 힐이 만든 후 한국으로 역수출한 제품이다. 2010년 한국 양조장을 여행한 브랜 힐은 2016년 토끼소주를 내놓았다. 한국에 머문 2011년이 토끼해여서 토끼소주가 됐다. 달나라에 토끼가 산다는 한국 설화를 기반으로 ‘달과 함께 마신다면 혼자가 아니다’라고 적은 라벨이 혼술족에게 인기를 끈 것이 주효했다. 토끼소주는 지난 3월 포켓CU 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6월부터는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다른 증류식 소주에 비해서 비싼 편인데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독도소주
    독도소주
    증류소주 려
    증류소주 려

    △독도소주= 가성비 증류주로 불리는 독도소주는 지난해 3.1절을 기념해 등장했다. 독도우편번호인 40240을 브랜드화한 제품으로 역사를 화두로 삼는다. 때문에 국경일에 마케팅을 나서곤 하는데 광복적 에디션을 내놓거나 독도후원기업에서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특히 이름이 주는 의미로 일종의 가치소비 붐이 있기도 했다. 4개월 만에 누적판매 10만병을 달성했다. 이 밖에도 려40, 죽향41골드라벨, 문배술 헤리티지 40, 안동 진맥소주 등도 미식가들 사이에서 즐겨찾는 술로 손꼽힌다.

    화요소주 칵테일
    화요소주 칵테일

    ◇즐기는 법= 원료의 종류와 증류 기법, 숙성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증류주는 다양한 칵테일로 음용이 가능해 골라 마시는 재미까지 있다. 탄산음료나 계피막대, 따듯한 물 등을 활용해 칵테일로 만들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방법도 쉽다.

    ‘화요레몬토닉’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은 화요17 30ml, 토닉워터 1캔, 레몬 1조각, 로즈마리 1잎만 넣으면 만들 수 있다. 화요 소주 홈페이지는 다양한 칵테일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증류식 소주는 ‘안주페어링’이 중요하다. 보통 소주 하면 안주로 탕 종류를 많이 떠올리는데, 희석식 소주의 쓴맛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깔끔한 맛이 특징인 증류식 소주는 대부분의 한식과 기름진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린다. 매달 새로운 전통주를 배달해주는 ‘구독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것도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술담화의 담화박스다. 달마다 다른 술 세 병을 배송받는 서비스인데, 전통주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술담화는 담화박스에 술을 포장할 때 술에 대한 설명과 추천 안주 등을 담은 설명서를 함께 보낸다.

    주종과 도수, 재료와 양조장과 같은 간단한 설명뿐만 아니라 향미 그래프를 통해 술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술의 라벨 디자인 설명부터 만들어지는 과정을 써 놓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료별 특징도 느껴보자. 쌀은 가볍고 경쾌하고 보리는 구수한 맛이 난다. 고구마는 고소한 맛이 특징이며 국산쌀이라 하더라도 지역마다 미묘하게 맛이 다르다.

    증류방식(상압, 강압)과 숙성 용기(도자기, 유리, 오크통, 항아리)도 다양하다. 100종 넘게 출시된 제품 가운데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도 증류식 소주를 만끽하는 방법 중 하나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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