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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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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부자 氣받기 삼성·LG·효성 창업주 이야기 52편 연재를 마치며… (上)

(上) 원고지 2000매 분량의 자료 수집
정확한 ‘창업주 기록’ 남기려 전국 누비며 자료 모아

  • 기사입력 : 2022-07-15 07: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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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게, 오늘부터 자네가 회장이네.” ‘구인회 회장, 1969년 12월 31일 별세.’ ‘1970년 1월 7일,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에 취임’. 약 2000매의 원고지 분량 마지막 장에 기록돼 있는 내용이다.

    2021년 7월부터 시작한 창업주 이야기가 1년간 총 52회로 마무리됐다. 해방감도 크지만 아쉬움이 있어 그 뒷이야기를 2회로 정리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인터넷에 검색되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게 많았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창업주 관련 논문과 회고록을 비롯, 세 사람의 기업과 관계된 수많은 도서를 읽었다. 자료 제공자의 기침 소리까지 기록한 취재 노트가 10여권이나 됐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의 내용이 많아 자료 확보가 쉽지 않았다. 취재노트 중간 중간 제목만 있고 그 아래 빈 여백이 많은 것은 아직도 증명하지 못해 남겨진 공간이다. 언제 이 여백이 채워질까? 필자의 창업주 이야기는 탈고되지 않은 기록물이다.


    이병철, 구인회, 조홍제 창업주 세 사람은 경남 출신이고, 첫 사업장도 모두 경남에서 시작했다. 창업주 세 사람에게는 각각 훌륭한 멘토가 있었다.

    # 창업주 이야기 기록 배경

    2020년 1월 중순, 교사 20여명과 함께 중국 서안 지역 역사 현장을 견학하고 귀국했다. 코로나19가 전파되고 있다는 뉴스가 시작됐다. 날이 갈수록 보도 내용이 심각해졌다. 2월이 되자 2021년 상반기 예약된 10건의 중국문화탐방이 모두 취소됐다. 코로나19는 이렇게 개인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런 와중에 진주시 구 지수초등학교에 K-기업가정신센터 설립 관련 보도가 나왔다. 기사의 보도 내용에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게 있었다. 어! 왜 이렇게 보도됐지?

    경남개발공사 관광본부장 재직 시 부자 기(氣)받기 관광 일정을 만들어 중국 서안, 정주에 홍보를 한 사례가 있어 창업주 세 사람의 기록을 다시 찾아봤다. 코로나19로 정지된 시간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과 오류가 아는 만큼 보였다. ‘위기를 기회로, 더 늦기 전에, 기억을 기록으로, 오류는 문서로 증명을 하자’라는 거창한 목표 설정도 했다.

    많은 곳을 찾아 다녔고, 인터뷰도 했다. 2022년 6월 28일 대구 인흥마을에 살고 계시는 문태갑 전 국회의원과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젊은 기자 시절 창업주 세 사람과 깃털 같은 인연이라도 있는지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조홍제 회장께서는 회사 인감 도장을 늘 양복바지 허리에 있는 비상주머니에 넣고 다니셨다”는 말씀도 들었다.

    경기도에서 참가한 한 교육생은 “솥바위를 자기 동네 강변에 옮겨 놓으면 부자가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솥바위 가격을 묻는 질문도 했다. 의령군에 자료가 없어 필자가 바위 폭과 둘레 길이, 면적을 조사한 것 역시 지난 6월 하순이다.

    의령 이병철 생가에 있는 20개의 주련(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에 관해 방문객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한문학자인 ‘실재 허권수’ 교수에게 의뢰해 출처와 해석을 7월 7일 건네 받았다. 방문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호암생가 홍보물에 인쇄물을 제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수집한 경남 출신 창업주 세 사람의 관련 자료는 현재까지 모두 원고지 분량 2000매 정도 됐다. 신문 연재는 자료의 일부분이다. 자료수집과 기록은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다.

    옛 지수초 ‘K-기업가정신센터’ 설립 보도
    사실과 달라 기록 찾으며 취재 시작
    일제강점기 내용 많아 자료 확보 어려워
    취재노트 10여권 곳곳 아직도 빈 여백

    검증 결과 조홍제는 지수초 다닌 적 없어
    이병철 생가 기둥 ‘주련’은 이해 도우려
    한문학자 허권수 교수에 출처·해석받아
    창업주 자료 수집·기록은 여전히 진행중

    # 창업주 세 사람의 관계 정리

    조홍제는 유년 시절 의령에 있는 이병철의 형 이병각과 교류를 많이 해 자연스레 친구 동생인 이병철도 알게 됐다. 이병각은 진주에서 제분업 사업을, 마산에서 양조장 사업도 했다. 이병각의 장인은 진주 수곡면 거유 하겸진이다. 조홍제의 장인 역시 진주 수곡면 출신의 존경받는 선비 하세진으로 하겸진과는 친척이다. 조홍제는 해방 후 이병철이 서울에서 설립한 삼성물산공사에 투자를 해 동업을 했다.

    조홍제와 구인회의 관계는 동네 대항 축구 시합을 하면서 교류해 이웃한 마을 친구로 지냈다. 서울에 있는 중앙고등학교 2학년까지 함께 보냈다. 그 후 각자 사업을 하면서도 교류는 왕성해 구태회가 플라스틱 연구를 할 때 일본에서 도서를 구입해 주는 등 구씨 집안과 아주 절친한 관계로 지내왔다.

    구인회와 이병철은 1922년 지수보통학교 3학년 1학기를 함께 공부했다. 이병철이 생활한 매형 집이 구인회 본가와 옆집이라 일찍 결혼한 구인회가 의령에서 유학 온 이병철을 불러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 1957년 구인회의 3남 구자학과 이병철의 차녀가 결혼해 두 사람은 사돈 관계가 되었다. 1960년대 두 사람은 방송사업 동업을 한 인연도 있다.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것이 조홍제의 지수보통학교 졸업 관계였다. 자료를 검증한 결과 다닌 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떠한 설명을 하는 것보다 조홍제 회장께서 생존 시 본인이 기록한 이력서 한 장이면 충분할 것 같다.

    # 창업주 세 사람에게 가르침을 준 멘토

    창업주 세 사람도 사업 초기에는 혹독한 실패도 겪었다. 시련을 이겨내고 성공하기까지 적지 않은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필자의 기준으로 세 사람의 멘토를 정리해 보았다. 구인회에게는 1930년대 진주 한약계의 거상인 원준옥 사장이 있었다. 평소 상공계에서 겸손하고 성실하게 활동한 구인회를 눈여겨 본 원준옥 사장은 구인회가 홍수로 많은 피해를 입자 재기 자본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진주 상무사 재건, 진주 마루니 운송회사도 함께 참여하는 등 구인회에게 소중한 역할을 하신 분이었다.

    이병철은 마산에서 농지사업의 실패 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해 재기할 때 발판이 되어 준 분이 매형 허순구이다. 허순구는 진주에서 최초로 백화점을 운영한 거상이자 당시 연희전문학교 수물과를 나온 엘리트였다.

    조홍제는 처남 하영진을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하영진은 진주 수곡면 출신으로 인촌 김성수, 허만정과도 교류를 했다. 진주여고의 설립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개화문명을 일찍 받아들인 신지식인이었다.

    # 창업주 세 사람과 GS그룹 허만정

    창업주 세 사람과 따로 논할 수 없는 분이 지수면 출신 효주 허만정이다.

    백산 안희제의 독립운동 지원과 진주여고 등 신식 학교 설립에 경제적 지원을 많이 하신 기업인이자 혁신가이다.

    1945년 12월, 부산에서 무역업을 하던 구인회를 찾아가 “사돈이 하는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겠소, 그리고 내 셋째 아들 준구를 맡기겠소.” “준구야, 경영은 구씨 집안이 잘한다. 나서지 말거라”하는 명 가르침을 남겼다.

    이것이 구씨와 허씨의 역사적인 첫 공동사업의 진행이다. LG와 GS로 분리하기까지 50년 넘게 불협화음이 없다는 것은 무엇으로 표현하랴.

    허만정은 이병철이 부산에서 제일제당을 경영할 때 장남 허정구를 보내면서 삼성에도 자본을 투자했다. 이병철의 매형 허순구가 이웃한 집 허만정과 친척이라 자연스레 이병철과 허만정을 연결한 것으로 보여진다. 조홍제의 처남 하영진은 허만정의 유고집에 조카관계로 기록되어 있다. 조홍제와 허만정의 직접적인 관계 자료를 찾지 못했지만 두 분도 많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래호(전 경남개발공사관광사업본부장)
    이래호(전 경남개발공사관광사업본부장)

    이래호(전 경남개발공사관광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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