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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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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여름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172)

- 그림표, 쯤, 싣다, 셈하다

  • 기사입력 : 2022-07-20 08: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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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26쪽부터 2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6쪽 첫째 줄에 ‘그림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앞서 나온 적이 있어서 생각이 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그림표’라는 말은 요즘 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말입니다. 왜냐하면 요즘 책에서는 ‘그래프’라는 말을 쓰기 때문입니다. 옛날 배움책에서는 ‘그림표’ 뒤에 ‘만들어 보아라’라는 말을 썼는데 ‘그림표’라는 말을 쓰면서 왜 ‘그려 보아라’라고 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도 ‘그래프’라는 말을 쓰지만 그 뒤에는 ‘그려봅시다’, ‘그려보자’는 말을 씁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배우는 배움책에서는 “그림표를 그려 보아라”라는 말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둘째 줄에 ‘41° 쯤’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정도(程度)’라는 한자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보기 어려운 말입니다. 셋째 줄에 나오는 ‘데우는데’도 참 쉬운 말인데 요즘 책에서는 ‘가열하는 데’라는 말을 많이 써서 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넷째 줄에 있는 ‘땔감’은 앞서 알려 드린 바와 같이 ‘연료’를 나타내는 쉬운 토박이말인데 요즘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 뒤에 나오는 ‘무게’와 ‘값’도 ‘중량’과 ‘가격’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기 쉬운 ‘쯤’, ‘데우다’, ‘땔감’, ‘무게’, ‘값’이라는 말을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책에서 꼭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7쪽 첫째 줄에 ‘싣는’이 있습니다. ‘싣다’는 쉬운 말이 있는데도 나날살이에서는 ‘적재(積載)’라는 말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참일(사실)입니다. 짐을 싣는 곳을 ‘적재함’이라고 하고 싣는 무게는 ‘적재중량’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보시다시피 ‘싣다’는 말을 쓰면 굳이 ‘적재’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쓰는 배움책에서는 알기 쉬운 말을 써야겠다는 말씀을 거듭 드립니다.

    셋째 줄에 있는 ‘동안’은 ‘기간(其間)’이 아니라서 좋았고 ‘날마다’는 ‘매일(每日)’이 아니라서 참 반가웠습니다.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 걸쳐 있는 ‘얼마가 있어야 되겠느냐?’도 ‘얼마가 필요하냐?’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말을 쓰지 않은 것이 고마웠습니다. 열한째 줄에 있는 ‘날아가는데’, 열넷째 줄에 있는 ‘들겠느냐’도 누구나 알기 쉬운 말이라서 좋았고 마지막 줄에 있는 ‘셈하여라’도 ‘계산하여라’가 아니라서 더 반가웠습니다.

    이처럼 옛날 배움책에서 쓴 말들을 보면 요즘 배움책에서 쓰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쉬운 말이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이 그럴 뜻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됩니다. 누구나 알기 쉬운 말이 나날살이에서 안 쓰이게 된 것은 배움책에 어떤 말을 쓰느냐 하는 것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그것을 가지고 배우게 될 아이들의 자리에서 어떤 말을 쓰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해 주기를 바랍니다.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잣대가 될 ‘교과서 편수자료’에 쉬운 토박이말이 들어갈 수 있도록 부추기는 데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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