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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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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항일투사 김명시 기록물 훼손, 있을 수 없는 일

  • 기사입력 : 2022-08-21 21: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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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 출신 항일 독립운동가 김명시(金命時) 장군의 벽화와 안내판 등이 훼손된 사건이 발생한 것은 공분을 살 일이다. 본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위치한 김명시 장군 학교길에 그려진 벽화와 안내판 등 4곳이 회색 스프레이로 훼손돼 있음을 확인했다. 독립운동 기록을 담은 안내판은 문구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고, 초상을 담은 벽화도 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된 상태다. 얼굴과 이름, 안내판에 정확히 스프레이 페인트가 뿌려져 얼굴이나 이름이나 공적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것으로 볼 때 누군가가 고의로 한 일이 분명해 보인다.

    김 장군은 최근 건국훈장이 추서된 독립 유공자다. 19살이던 1925년 모스크바 공산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1927년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항일 독립 운동을 한 여류 투사다. 1930년 하얼빈 일본영사관 공격을 주도했고, 1932년 귀국해 활동하다가 일경에 검거돼 7년의 옥고를 치렀다. 출소 후 중국으로 망명해 조선의용군 화북지대 여성부대를 지휘하며 항일투쟁을 이어가 ‘백마 탄 여장군’, ‘조선의 잔다르크’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21년간 일제와 목숨을 건 독립운동을 한 김 장군이지만 사회주의 활동 이력과 광복 후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등 이유로 그동안 독립유공자로 등재되지 못하다 사회단체의 노력으로 최근 국가로부터 항일 공적을 공식 인정받았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청춘을 다 바친 항일지사를 더 일찍 독립 유공자로 인정해 정중히 예우하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그를 기리는 기록물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부 시민들이 김 장군의 사회주의 이념을 문제 삼아 일부 단체가 내건 서훈 축하 플래카드를 철거하도록 시청에 요구한 일이 있다는 주장을 감안할 때 이번 기록물 훼손 사건이 그 같은 이념 갈등과 혹여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가가 인정한 독립 유공자의 기념물이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어쨌든 크게 잘못된 일이다. 경찰이 재물손괴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이라고 하니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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