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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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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주 튀르키예 한국문화원으로의 초대- 윤영미 (서예가)

  • 기사입력 : 2022-08-22 21: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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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시간은 어른이 돼서 일평생을 지배한다. 나이 쉰이 될 때까지 가슴 한쪽에는 항상 중국이 있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장 많이 다녔냐”도 중국이었고, “어딜 가고 싶으냐”도 중국이다. 세계 지도를 펴놓고 중국 너머의 세상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고집이 있었다.

    그 중국 너머 이국에서 서예가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 튀르키예 한국문화원에서 ‘서예 초대 개인전’을 갖게 됐다. 우리가 흔히 알던 터키라는 나라가 어디쯤 있는지 구글 지도를 손가락으로 폈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며 다시 찾아보았다. 중국과 인도를 넘고 아랍권을 넘어 아시아의 끝과 유럽이 시작되는 튀르키예에서 한글 서예가 펼쳐질 전시장을 상상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관에서 초청되는 전시라 작가의 수고로움이 최소화될 수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참 매력적인 일이다.

    작가는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게 모든 기획이 한국문화원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외교 파우치로 이송되는 30여 점의 작품은 작가보다 먼저 튀르키예로 보내졌다. 한국문화원 공식 홍보 포스터에 넣게 될 전시의 주제를 정하려다 보니 선뜻 생각나는 것이 ‘붓으로 쓰는 한글’이다. 케이 팝 열풍으로 한글이 외국인들 사이에 익숙해졌으며, 그들에게 낯익은 한글이 예술이 되어 펼쳐진다면 꽤나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TV, 유튜브나 SNS로 보던 한글을 붓으로 표현된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글씨 작업하는 과정에서 한글을 이해하기 힘든 외국인에게 한글 서예를 선보인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으나, 동양의 재료인 화선지와 묵, 그리고 붓과 더불어 한글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퉁치기로 마음을 굳혔다.

    7월 한 달 동안 튀르키예에 머물기로 했으며 무슬림의 바이람 기간이 갓 끝이 난 앙카라에서의 일상은 조용히 시작됐다. 주 튀르키예 한국문화원은 튀르키예 속에 작은 한국이었다. 온통 이국적인 풍경 사이 한국문화원을 들어서는 순간 서울 인사동 박물관에 들어서는 듯했다. 한국인에게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었다. 이목구비 뚜렷한 터키인 직원이 입구에서 처음 맞이했지만, 오히려 그들이 그곳에서는 더 어색할 지경의 작은 한국이었다.

    주 튀르키예 한국문화원은 수도 앙카라에서 한국 문화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쉼 없이 수많은 한류가 일어나고, 많은 튀르키예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익히고 있었다. 박기홍 문화원장님의 애정과 젊은 양희종 실무관님의 열정이 이곳을 다녀가는 수많은 예술가들과 작업자들에게 기회가 됐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문화원에서는 혜원 강애희 선생이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며 한국 문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덕분에 그들에게 서예 전시가 낯설지 않음이 작가로서도 큰 위안이 됐다. 그는 서예를 배우는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한글 서예를 소개하고 싶었으며, 클래식한 서예를 익히고 있는 그들에게 작가의 한글 디자인을 소개해 기쁘다고 했다.

    전시는 오픈식 전날 서예가가 그들의 도장을 새겨주는 행사로 시작이 됐다. 그리고 7월18일 오픈식으로 2주간의 ‘붓으로 쓰는 한글전’이 개최됐다. 한국과 튀르키예 수교 65주년을 기념하는 휘호를 하니 나이 쉰에 국위 선양이라는 박수를 받게 됐다.

    튀르키예 전시를 경험하며 예술은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실력과 예술을 펼칠 수 있는 공간과 수많은 행운이 모여야 한다. 2022년 7월의 여름, 삼위일체의 복을 들고 한글 서예를 오랫동안 고집해 온 서예가가 지중해와 흑해의 나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붓으로 뜨겁게 보내고 있었다. 한글은 서예가를 더욱 서예가답게 만들어 주고, 대한민국을 대한민국답게 만들어 주었다.(튀르키예는 터키의 새로운 국명입니다)

    윤영미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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