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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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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유령얼굴박쥐- 조민

  • 기사입력 : 2022-08-25 0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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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곳곳에 비

    내일은 곳곳에 피

    모르는 사람을 따라 나간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나는 나를 놓치고

    나는 나를 마음껏 용서한다

    천 개의 손으로 나를 만져다오

    나를 때려다오

    천개의 손자국 천 개의 핏자국 천 개의 발자국

    나는 천 개의 밑을 씻고 닦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나를 지나쳐

    여러 사람을 뚫고 사라진다

    나는 계속 연속되고 연루되고

    연관되고

    나는 나를 꽈악 쥐었다가

    던져버린다

    손바닥에

    피가 흥건하다.


    ☞노랫말의 가사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른다. 그대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지,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지 우리는 늘 헷갈리며 산다. 어떨 때엔 내가 정말 유령 같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나는 나를 놓치고/ 나는 나를 마음껏 용서한다” 아무리 내가 나를 생각해도 나는 “천개의 손자국 천 개의 핏자국 천 개의 발자국”이다. 얼마나 내 얼굴을 벗겨내면 정말 내 얼굴이 나올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는 자꾸 “계속 연속되고 연루되고/ 연관되고/ 나는 나를 꽈악 쥐었다가/ 던져버린다” “천 개의 손으로 나를 만져다오” 소리쳐 불러봐도 나는 “오지 않는 나를 지나쳐/ 여러 사람을 뚫고 사라진다” 나는 누굴까?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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