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유령얼굴박쥐- 조민
- 기사입력 : 2022-08-25 0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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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곳곳에 비
내일은 곳곳에 피
모르는 사람을 따라 나간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나는 나를 놓치고
나는 나를 마음껏 용서한다
천 개의 손으로 나를 만져다오
나를 때려다오
천개의 손자국 천 개의 핏자국 천 개의 발자국
나는 천 개의 밑을 씻고 닦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나를 지나쳐
여러 사람을 뚫고 사라진다
나는 계속 연속되고 연루되고
연관되고
나는 나를 꽈악 쥐었다가
던져버린다
손바닥에
피가 흥건하다.
☞노랫말의 가사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른다. 그대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지,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지 우리는 늘 헷갈리며 산다. 어떨 때엔 내가 정말 유령 같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나는 나를 놓치고/ 나는 나를 마음껏 용서한다” 아무리 내가 나를 생각해도 나는 “천개의 손자국 천 개의 핏자국 천 개의 발자국”이다. 얼마나 내 얼굴을 벗겨내면 정말 내 얼굴이 나올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는 자꾸 “계속 연속되고 연루되고/ 연관되고/ 나는 나를 꽈악 쥐었다가/ 던져버린다” “천 개의 손으로 나를 만져다오” 소리쳐 불러봐도 나는 “오지 않는 나를 지나쳐/ 여러 사람을 뚫고 사라진다” 나는 누굴까?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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