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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추석 단상… 내 고향도 사라질까-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2-09-05 19: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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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이 다가왔다. 이맘때면 오곡백과가 다 무르익어 먹을 것 걱정이 없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한다.

    최대의 명절답게 부모님을 뵈러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성 행렬, 민족대이동이 시작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통제되면서 주춤했었지만 근 3년 만에 귀성행렬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향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객지로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고향 어귀만 가도 공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세월만큼 동네도 변했지만 주름 가득한 옛 친구들이나 어른들을 만나게 되면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즐거움도 느낄 수 없을지 모른다. 더 이상 고향에 남아서 살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시골마을뿐 아니라 우리나라 제2대 도시인 부산 영도구를 비롯해 이미 지방도시의 도심도 인구소멸의 위기가 시작됐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 국토에서 인구소멸에 들어갔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에 경남에는 거창·고성·남해·밀양·산청·의령·창녕·하동·함안·함양·합천 11개 시·군이 포함됐다. 경북에는 16곳, 충남 9곳, 충북 6곳, 전북 10곳, 전남 16곳, 강원도 12곳이다. 여기에 올 3월 고용정보원이 지방소멸위험 지역으로 통영시를 추가하면서 경남은 모두 12곳으로 늘어났다.

    인구소멸에 대한 우려와 대책 요구는 계속돼 왔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전국 33곳이던 지방소멸위험 지역은 17년 새 113곳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의 절반이 포함돼 있다.

    지방의 인구소멸의 가장 큰 원인은 수도권 집중화 때문이다. 먹고살 수 있는 여건이 수도권에 있으면서 지역의 청년들은 모두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 수도권은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경기도를 일컫는다. 이 3개 지역은 우리나라 전체 국토의 12.1%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총 인구의 절반이 넘는 50.3%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20~39세 인구 55.0%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취업자 수 50.5%, 사업체 수 47.0%가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지방은 사람이 없어서 못 살고, 수도권은 사람이 너무 많아 폭발 직전이다.

    그동안 정부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줄이고 비수도권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국토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해 왔다. 공기업을 지방에 분산시킨다거나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지방소멸이나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는가 하면 지자체에서는 인구증가를 위해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시행해 오고 있다.

    결과는 도루묵 깡이다. 지역에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에는 먹고 살 수 있는 기업, 경쟁력 있는 대학,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 등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고 싶은 매력적인 요인들이 다 몰려 있다. 뒤집어 보면 지방에는 그런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떠나겠다는 청년들을 붙잡을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인구소멸을 극복할 대안은 없다.

    그러는 사이 내 고향도, 당신의 고향도 하나둘 사라지고, 내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만나면 의례적으로 어디서 태어났느냐, 학교는 어디 졸업했느냐며 학연과 지연으로 엮으려 했던 것도 이제 지방에서는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현근(창원자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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