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때 2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마산자유무역지역이 역대급 태풍에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 내습시 바닷물이 삽시간에 유입된 마산자유무역지역은 1970년 개설 이래 최대 재난을 겪었다.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에 따르면, 79개 입주업체 가운데 침수피해를 본 업체는 모두 64개(81%)로 거의 대부분 업체가 피해를 봤다.

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은 마산수출자유지역내 한국 TT직원들이 침수된 디지털 카메라를 치우고 있다./경남신문DB/

이 지역 대부분의 공장 1층이 1~1.5m가량 잠겨 기계설비, 원부자재, 완제품, 집기 등이 망가졌다. 54개 업체가 건물파손 32억원, 60개 업체가 원부자재 침수 393억원, 59개 업체가 기계설비피해 437억원, 56개 업체의 완제품 피해가 252억원 등 모두 1166억원의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수출차질액 등 간접피해액 843억원까지 합치면 2009억원의 피해가 추산됐다. 제2부두 등 해안과 인접한 지형적 특성과 만조 시 바닷물이 역류하고 원활하지 못한 내수 배제가 피해를 키웠다. 또 매미가 엄습한 시간이 추석연휴로 대부분의 업체가 휴무인 영향도 컸다.

이후 창원시는 해당지역의 침수피해를 줄이고자 지난 2020년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사업현장에서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 도시침수예방사업’을 실시했다. 봉양로와 마산자유무역지역과 봉암공단 일원 상습침수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총 11.2㎞ 하수관로 정비와 분당 각 1200t, 510t을 배출할 수 있는 빗물펌프장 2개소를 설치했다. 2016년 8월 관로정비 터파기 공사를 시작으로 약 4년 만에 준공됐으며, 사업비는 국비 334억원을 포함 총 477억원이 투입됐다.

하수관로 정비와 빗물펌프장 설치 후 태풍 매미와 같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지대가 낮아 해일이 올 경우 언제든지 그때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자유무역지역은 평지로 대부분 공장이 1층에 위치해 있다. 또 무거운 기계들이 많아 태풍이 예고돼도 이동이 어렵다.

마산자유무역지역기업협회 관계자는 “배수관로를 정비하고 입주기업별로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입지상 태풍 매미 때와 같이 큰 해일이 발생하면 피해를 막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태풍으로 인한 재산, 인명피해가 없도록 살피고 기업에 주의를 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태풍 매미 때 경남지역의 산업피해는 2620억원대로 집계됐다. 생산시설이 밀집돼 있는 창원공단은 침수보다는 강풍으로 인해 공장지붕과 생산설비가 파손되는 등 시설물의 피해가 컸으며, 김해지역도 강풍으로 인한 공장시설 파손으로 90개 업체가 약 92억원의 재산손실을 입었다. 함안에서도 공장파손과 침수로 인해 18개 업체가 약 46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