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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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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인명피해 ‘0’… 민관 합심해 역대급 태풍 막아냈다

경남 ‘힌남노’ 대비 노력 성과

  • 기사입력 : 2022-09-06 20: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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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년 매미 악몽 반복 않기 위해
    마산어시장 일대·해안가 저지대
    배수펌프장·차수벽 만들어 가동
    주민들은 모래주머니 제작 동참


    정부·지자체, 위험지역 대피령
    출근시간 조정·학교 원격수업 등
    빠른 대처·판단으로 피해 최소화
    태풍 후 푸른 하늘과 흙탕물 바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경남은 곳곳에서 농작물과 시설물 피해가 속출했다. 하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도내 반지하 가구나 해안가 저지대, 산사태 위험지역 거주민 등 도민 2509명이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대피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2·3·5면

    6일 오전 10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새벽 사이 비와 강풍이 몰아쳤지만 ‘언제 태풍이 지나갔냐’는 듯 맑게 갠 맑은 날씨를 보였다. 하지만 인근 횟집의 파손된 수족관과 떨어진 모텔 건물 외벽, 가게 간판이 나뒹굴면서 간밤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태풍 ‘힌남노’ 영향권에서 벗어난 6일 오후 흙탕물로 변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항 위로 푸른 하늘이 드러나고 있다./김승권 기자/
    태풍 ‘힌남노’ 영향권에서 벗어난 6일 오후 흙탕물로 변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항 위로 푸른 하늘이 드러나고 있다./김승권 기자/

    어시장 상인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운 뒤, 비바람이 잦아들자 곧장 가게로 나와 추석 대목 장사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재개해 시장 안은 추석 제사용품을 사러 나온 손님들도 북적였다. 건어물 가게 주인 김혜숙(58)씨는 물건을 정리하며 “매미 때 큰 피해를 입어 이번엔 아예 물건을 차에 실어 다른 곳으로 옮겼고, 태풍이 잠잠해져 새벽 일찍 나와 다시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 창고 천막이 찢어진 거 말고는 큰 피해는 없다”며 한숨을 돌렸다. 횟집을 운영하는 신모(54)씨도 “상인들이 대비도 철저히 했고 태풍도 예보된 것보다 약해 피해는 없다”며 “운 좋게 태풍도 잘 피해 갔으니 손님들이 많이 찾아줘서 추석 대목 장사가 잘되길 바란다”고 했다.

    상인들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때와 같은 악몽이 반복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2003년 태풍 ‘매미’는 어시장 일대 해안가 저지대를 덮쳤다. 당시 만조 시간과 태풍 상륙 시간이 겹치면서 마산만 수위가 크게 상승해 시가지에 해일이 발생했다. 당시 마산에서만 1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어시장 일대 수백개 점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시장 일대와 월영동, 해운동 등 마산합포구 저지대 침수를 막기 위해 2007년 구항 배수펌프장, 2020년 서항지구 배수펌프장을 새로 만들어 빗물을 배수하는 등 침수 대비를 철저히 했다. 또 일대 해안가를 따라 강화유리벽과 차수벽(기립식 방재벽)이 있는 방재언덕을 만들어 바닷물 범람을 막았다. 특히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지난 4일까지 모래주머니 2만7500개를 제작해 구민들에게 나눠줬고, 부족한 부분은 5일 주부민방위대원 등 시민들이 힘을 합쳐 모래주머니 4000개를 추가 제작해 배부했다.

    인근 월영동의 경우 간판 낙하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대학생 홍모씨는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이른 새벽에 태풍이 지나가서 다행이다”라고 전했고, 인근 중식당 업주 채모씨는 “태풍 매미 때의 악몽이 떠올라 이번에 풍수재해보험도 들었다”며 “지역민들이 심한 태풍을 여러 번 겪다 보니 더 철저히 대비하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국내 관측 사상 역대급으로 분류되는 태풍 ‘힌남노’의 발생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안전대비를 철저히 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세력이 강한데, 힌남노 중심기압은 거제에 상륙했을 때 955hPa(헥토파스칼)로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1959년 ‘사라(951.5hPa)’와 2003년 ‘매미(954hPa)’가 상륙했을 때와 비슷했다. 실제 태풍 강도는 국내 상륙했던 태풍 가운데 중심기압으로는 역대 3번째, 풍속으로는 8번째였다. 다만, 이번 태풍이 사라나 매미 등에 비해 피해 규모가 적은 것은 상륙 시간과 이동 경로 면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에서 태풍이 강할 것으로 예보하면서 각 지자체는 연일 태풍의 경로 등을 발표하며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고, 대대적인 언론 보도로 시민들과 기관에서 빠른 대처와 판단을 할 수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태풍 상륙이 임박해지자 4일 오후 4시 3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3단계로 즉시 상향했다. 이어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태풍 상륙일 오전에는 민간분야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 조정을 적극적으로 권고했다. 경남도 역시 선제적인 2단계 가동 및 공무원 3분의 1이 비상근무에 나섰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2일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단계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함과 동시에 태풍의 직접 영향권인 6일 도내 모든 학교가 등원 없이 원격 수업을 실시하도록 사전 발표했다. 또 창원시의 경우 안전한 시내버스 운행을 위해 사전에 상습 침수구간인 구산면, 삼진면, 귀산동, 진해 해안구간을 운행하는 16개 노선에 대해 미운행 등 임시 대기하고, 해안도로변, 지하차도 등 침수 우려가 예상되는 15개 노선은 임시우회 운행토록 하는 등 안전대책을 수립키도 했다. 이는 지난 2014년 8월 마산합포구 진동면에서 빗물이 범람한 하천변을 달리던 시내버스가 사고를 당해 많은 사망자를 냈던 ‘시내버스 전복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경남도와 각 시·군에서는 침수 위험이나 산사태 우려지 거주자와 거동불편자 등 모두 2509명을 대피시켰다. 남해 479명, 고성 293명, 통영 253명, 사천 244명, 산청 210명, 거제 190명, 창원 133명 등 순이었다. 이들은 마을회관과 경로당, 학교, 가족·지인 집 등에 잠시 몸을 맡긴 뒤 6일 오전 태풍이 경남을 빠져나간 후 모두 귀가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수정마을도 홀몸노인이 있어 다른 주민들과 함께 마을회관으로 일찌감치 대피했다가 귀가했다.

    배종한 수정마을 이장은 “전날 오후에 홀몸 어르신들과 침수가 예상되는 집에 거주하는 주민 10여명이 마을 회관에 대피했고 새벽에 전부 귀가했다”며 “매미 때 큰 피해를 겪은 분들이 많아 이번 태풍에 철저히 대비했고, 태풍도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는 않아 마을에서 크게 피해 본 거는 없다”며 안도했다.

    김재경·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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