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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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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차례상- 김정민(경제부 차장)

  • 기사입력 : 2022-09-07 19: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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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 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서정주 시인의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란 시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날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차례를 지내는 일이다. 때문에 차례상을 준비하기에 분주한 시점이다. 조상을 기리는 차례(茶禮)는 차(茶)를 올리면서 드리는 예(禮)라는 의미의 의식이다. 고려시대 때 차를 차례상으로 올리던 문화의 흔적이지만, 조선시대에 차 대신 술을 올리는 것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차례상은 말 그대로 간소화를 뜻한다. 명절을 맞이했다는 것을 조상에 알리는 간략한 의식이지만 집안을 과시하면서 변질됐다. 홍동백서·좌포우혜·조율이시·두동미서·어동육서 등 차례상 차림 규칙으로 알려진 사자성어대로, 음식을 차리려면 그 종류만 십여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이 규칙은 유교 경전이나 예법 서적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제례 관련 예서에서는 소박하고 간결하게 정성껏 차리면 된다고 기록돼 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최근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을 발표했다. 성균관이 공개한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성균관은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를 인용하며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명절의 우선순위는 차례상 음식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감사와 가족 간의 화목이다. 허례허식 없이 덕담을 나누고 행복을 느끼는 따뜻한 한가위가 됐으면 한다.

    김정민(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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