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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폐지 수순 사천고려현종대왕축제 ‘갈등 유발’ 없어야-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9-12 19: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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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천의 대표 축제인 ‘와룡문화제’를 대규모화한 ‘고려현종대왕축제’가 안타깝게도 폐지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2년 전부터 지역 대표축제로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를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단 한 번도 개최하지 못 하고 사라지게 될 분위기다.

    고려현종대왕축제는 ‘고려의 세종’이라 불리는 제8대 왕 현종이 사천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쌓았다는 것을 모티브로 이름 지어졌다. 현종은 2살 때부터 6살 때까지 사천에서 살았다. 태조 왕건의 8번째 아들인 현종의 아버지 욱은 사천으로 귀향해 4년간 지내다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너무나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당시 2살이던 현종은 귀향지에서 10㎞ 정도 떨어진 배방사에서 살게 됐다. 욱은 먼 길을 걸어와 아들 얼굴을 보고 눈물 지으며 돌아갔다는 기록이 있다. 현종은 왕이 되자 아버지가 묻힌 사천시를 ‘사주’(四州)로 승격시키고 ‘제왕의 고향’이라는 뜻의 ‘풍패지향’(風沛之鄕)으로 불렀다. 고려현종대왕축제는 이 같은 부자의 애틋한 사랑을 스토리텔링으로 기획됐다.

    고려현종대왕축제는 1995년 사천과 삼천포 행정구역 통합에 따라 삼천포 한려문화제와 사천 수양문화제를 합친 와룡문화제의 명칭을 바꾸면서 기존 정동면에서 개최되던 고려현종대왕제를 통합한 새로운 축제다.

    현종의 업적인 ‘팔관회, 연등회 부활’ 재현 행사와 현종의 업적을 전시하는 ‘현종 일대기 존’, 현종의 삶을 녹인 ‘역사 야외극’, 각종 체험·전시를 운영하는 ‘고려 촌 저잣거리’, 배방사지·고자봉 문화순례투어 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특히 전국 거리 퍼레이드 경연대회, 서커스 공연, 축제장 전체를 대형 연등 전시장으로 구성하는 등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대거 선보이고, 2021사천에어쇼와 농업한마당축제와 동시 개최함으로써 사천의 대표 축제로 기대를 모았다.

    사천시와 사천문화재단은 지난 2021년 제1회 고려현종대왕축제 추진위원회의를 구성하고 성공적 축제에 온 힘을 쏟아왔다. 그해 10월 개최를 앞두고 알려지지 않은 현종의 수많은 업적과 풍패지향 사천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독창적이고 특화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다양한 공모전을 펼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첫 행사는 취소됐고 다음 해에도 같은 이유로 취소되면서 한 번도 개최를 못 했다.

    고려현종대왕축제는 예초에 무리하게 이야기를 엮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려현종대왕축제는 ‘Back to the KOREA(고려)’ 콘셉트로 고려 시대와 현종 콘텐츠를 특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천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고 사천을 포괄할 만한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에 제기돼 왔다. 무엇보다 와룡문화제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최근 사천시문화재단은 고려현종대왕축제를 다시 와룡문화제로 복귀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만간 시민공청회를 거쳐 조례 개정 등 시의회 승인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지역의 축제는 그 역사성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게 개선, 폐지, 신설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만 기존 축제 폐지로 그동안 투입된 노력과 예산이 낭비되지 않고 더욱이 지역민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새로운 축제에 잘 녹여내야 한다.

    김호철(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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