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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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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초록기자세상] 매년 800만 마리 조류 죽음 내모는 ‘투명 구조물’

김수현 (마산삼진고 2년)
비행하다 벽 인지 못하고 머리 부딪혀 죽어
색유리 등 규격품·실효성 있는 법제화 필요

  • 기사입력 : 2022-09-28 0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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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명한 방음벽 아래, 새의 사체를 본 적이 있다. 새가 투명한 벽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앞으로 비행하다 부딪혀 죽은 것이다. 이처럼 조류가 인간이 만든 투명한 구조물을 미처 보지 못하고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 사고를 ‘조류충돌’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조류의 눈이 정면이 아니라 머리의 옆에 붙어 있어 정면에 있는 장애물과의 거리를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투명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새들은 비행에 적합하게 진화한 결과, 빈 공간이 많은 뼈를 가지고 있어 비행 중 충돌은 죽음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버스정류장 유리벽에 버드세이버 작업을 하고 있다.
    버스정류장 유리벽에 버드세이버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조류충돌로 죽는 새만 해도 하루에 2만 마리, 1년에 80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늘어남에 따라 조류충돌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조류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투명한 방음벽이나 유리창에 맹금류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버드세이버’라고 하는데, 조류가 버드세이버를 천적으로 인식하고 스티커가 붙어 있는 유리벽을 피해서 날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버드세이버를 붙인 벽에도 많은 조류가 부딪혀 죽는 것이 확인되며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조류충돌 예방에 정말로 효과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5×10 규칙이 있다. 새는 높이 5㎝, 폭 10㎝ 이내의 공간 안쪽으로는 날아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5×10 이내의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찍어 조류충돌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이는 투명한 유리벽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투명한 유리를 교체하지 않고 점만 찍으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점을 찍는 방법 대신 스티커를 붙여도 효과가 있으며, 줄이나 그물망을 쳐도 효과가 있다.

    두 번째로는 유리창을 투명 유리가 아닌 반투명 유리나 색유리로 만드는 방법이다. 완전히 투명하지 않은 유리로 방음벽이나 유리창을 만들면 새는 앞에 벽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해 비행하게 되면서 조류충돌을 막는 것에 효과가 있다.

    체계적인 연구에 따라 마련된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벽한 조류충돌 방지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규격화된 제품 부족과 법제화의 부족이다. 생산 당시부터 점이 찍혀 있는 유리창을 사용할 경우 파손 시 동일 제품을 구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조류 충돌 방지와 관련하여 강제성을 가지는 법안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참여가 저조하다. 다행히 올해 5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국가 공공기관의 인공 구조물에 의한 조류 충돌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만 한정된 것이 큰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김 수 현 (마산삼진고 2년)
    김수현 (마산삼진고 2년)

    조류충돌은 오로지 인간 때문에 일어나는 새들의 죽음이므로 이를 개선할 필요성을 크게 느꼈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알아보았다. 오늘날 인간과 자연의 공존 및 공생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는,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새들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작은 변화부터 만들어나가며 인간 때문에 동물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생기지 않는 동물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다.

    김수현 (마산삼진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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