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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십벌지목(十伐之木)- 이준희(정치여론부장)

  • 기사입력 : 2022-09-29 19: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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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을 요즘처럼 많이 들어본 적도 없는 거 같다. ‘십벌지목(十伐之木)’,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열 번 찍어 배는 나무라는 뜻이다. 이를 쉽게 풀면 아무리 뜻이 굳은 사람이라도 여러 번 권하거나 꾀고 달래면 결국은 마음이 변한다는 말로 여기서 나무는 사람을, 열 번 찍는다는 것은 권하고 꾀는 노력을 의미한다.

    ▼일상의 남녀 관계에서 주로 많이 인용되는 이 속담은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되지만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이제는 ‘애끓는 순애보’, ‘짝사랑’이 아닌 애정을 빙자한 폭력, 범죄로 인식해야 할 거 같다.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쾌감과 두려움을 주는 ‘스토킹’을 우리는 이제껏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제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토킹’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80년 초기 미국 존 레논 살해사건 이후 처음으로 스토킹 문제가 사회적 관심으로 대두 됐고, 우리나라는 1998년 가수 김창완이 극성팬 신모씨를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고소해 구속(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되면서 대표적 사례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제정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을 ‘스토킹’ 범죄로 규정, 처벌하고 있다.

    ▼스토킹은 구애 행위가 아닌 명백한 범죄이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올 상반기에만 292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올 상반기 검거 인원만 5년 전과 비교하면 8배나 늘었다. 하지만 법은 너무 관대해 피의자 구속된 건수는 4.8%(154건)에 그치고 있다. 스토킹은 피해자에게 공포와 위협의 대상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안일한 인식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준희(정치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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