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2년 12월 06일 (화)
전체메뉴

[사람속으로] 20여년간 옹기 수집 오옥련 ‘옥련옹기전시장’ 관장

“한국인 삶 담긴 옹기 2000점 모아… 내 생애 꿈은 옹기 박물관”

  • 기사입력 : 2022-10-05 20:32:21
  •   
  • 옹기(甕器: 독)는 5000년 한반도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물건이다. 신석기시대에는 음식물 저장은 물론 시신을 넣는 관으로까지 활용됐으며, 이후 삼국~고려~조선시대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면서 굴뚝·재떨이는 물론 똥통의 역할로도 사용됐다.

    현재에 들어서는 플라스틱·스테인리스 그릇의 등장으로 생활속에서 사용은 줄어들고 있지만, ‘숨 쉬는 그릇’이라는 특징이 술 분야에서 재조명돼 고급 증류주를 숙성하는 용도로 사용돼 이슈화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인의 삶이 온전히 담겨 있는 옹기를 수집하는 사람이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서 ‘옥련옹기전시장’을 운영하는 오옥련(70) 관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국내 어디에도 이곳만큼 옹기를 많이 보관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자부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서 ‘옥련옹기전시장’을 운영하는 오옥련 관장이 마당에 전시된 옹기를 만지며 미소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서 ‘옥련옹기전시장’을 운영하는 오옥련 관장이 마당에 전시된 옹기를 만지며 미소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20여년 전부터 시작한 옹기 수집= “직접 세 보지는 않았지만 2000점은 넘게 있습니다. 집 마당과 집 내부에 하나씩 구매해 보관하던 것이 이제는 공간이 부족해 인근 다른 집을 사서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오 관장은 남편과 함께 창원 봉암공단에서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하던 중 20여년 전 진전면 오서리로 이사 오게 됐다. 옹기와의 만남도 그때부터였다. 마당이 넓다 보니 옹기를 한두 개 사다 놓았는데, 저마다 다 다른 옹기들이 옹기종기 놓인 모습이 예쁘다고 느껴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옹기는 크기에 따라 독, 항아리, 단지로 불린다. 이곳 마당에는 주로 독이나 항아리 종류가 전시돼 있는데 가장 큰 독은 사람 2명이 팔을 벌려 안아도 맞잡을 수 없는 크기였다. 집 내부에는 주로 높이 30㎝ 이하의 단지류가 전시돼 있다. 이 중에는 옹기로 된 예술 작품들도 다수 보였다.

    마당 가장 안쪽에는 아래 위가 뚫린 원통 모양의 옹기가 총 10개 전시돼 있다. 지난 20여년 중 오 관장이 가장 비싸게 구매한 옹기로, 과거 전북 부안의 한 양반 집안에서 우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이다. 오 관장은 “옹기 안쪽에 보면 신미년 6월에 묻었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며 “우물에 옹기를 쓰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옹기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똥통으로 쓰인 옹기도 2점 전시돼 있다. 인근 다른 집 입구 양쪽에 있는 옹기인데, 높이가 성인 남성 키만 하고 땅 밑에 묻기 편하게 역삼각형 모양으로 아래로 갈수록 얇아지는 게 특징이다. 오 관장은 “이 집은 수년 전에 옹기를 둘 곳이 없어 매입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인의 집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어느덧 이곳도 옹기가 가득 차 둘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 관장이 집안 한켠에 모아둔 옹기들 사이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다.
    오 관장이 집안 한켠에 모아둔 옹기들 사이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다.

    ◇지역마다 옹기 형태 다른 이유는?= 옹기의 재미있는 점은 저마다 옹기와 맞는 뚜껑이 흔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시된 옹기들을 살펴보니 본체와 뚜껑의 디자인은 미묘하게 달랐다. 오 관장은 “옹기 자체가 자칫하면 깨지기 쉬운 물건인데, 뚜껑은 특히 자주 사용하다 보니 쉽게 파손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 옹기들 같은 경우에는 세트는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을 주도록 노력했기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알아채는 경우가 많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미는 지역별로 기후나 습성이 다르다보니 옹기의 형태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 있는 옹기들 중 일부는 된장, 간장, 젓갈 등이 담겨 있는데, 오 관장이 주로 사용하는 옹기는 경상도식 옹기다. 경상도식은 옹기 어깨 부분이 보다 둥글게 발달돼 있어 다른 지역 옹기보다 장맛이 깊게 우러난다고 한다.

    오 관장은 마당을 돌며 지역별 옹기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전라도 지역은 경상도와 달리 아래 위가 더 좁고 전체적으로 둥글어 ‘달덩이 항아리’라 불리는데 예술적 평가가 높다”며 “충청도, 강원도 등 윗지방으로 갈수록 배가 부르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지역별로 전체 크기, 입의 굵기·모양이 다른 점도 하나씩 설명해갔다.

    옹기 외부에 새겨진 문양도 주목해서 볼만하다. 단순히 풀과 꽃, 동물을 그린 것부터 해서 일정한 문양과 제작연도·장소가 적힌 것들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옹기 박물관’ 건립은 그의 마지막 꿈= 오 관장은 옹기를 모으기 시작했을 때부터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직접 담근 장들을 꺼내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매년 콩 1000되 상당의 장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매년 쌀을 나눠줬었는데, 좋은 옹기가 생기고 나니 장을 직접 담가 나눠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장 나눔활동은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관장은 옹기를 한 단어로 ‘가장 전통적인 용기’라고 정의한다. 청자·백자 등 자기가 전시용이나 사치용으로 쓰였다면, 옹기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느 누구나 실생활에서 사용해봤던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기에 옹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옹기 수집활동을 계속 하겠다는 그는 최종적으로 ‘옹기 박물관’ 건립을 꿈꾸고 있다. “옹기가 좋아 수집을 시작했고 이제는 나이가 70이 넘으니 죽기 전에 옹기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전시하는 박물관을 건립하는 게 남은 인생 마지막 꿈이 됐다. 처음에는 창원에서 박물관을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서든 찾는 곳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려고 한다.”

    그는 넓은 야외에 전국 팔도 옹기들이 전시된 박물관이 건립돼 찾아온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쉬면서 옹기 속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를 느끼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용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