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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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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관심과 소유의 끝은- 김호철(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0-18 19: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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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아파트 앞에 나오면 어린 길고양이를 자주 본다. 원래 야생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아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 마련인데 내가 만난 이 길고양이는 도망가지를 않는다. 고양이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동물적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새침데기’라고 한다. 반면 마주쳐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고양이가 더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아파트 앞 이 고양이도 나의 무관심 탓인지 더더욱 다가와 머리를 비벼대거나 앞에서 드러눕는 모습을 보인다.

    미스터리 공포 영화 ‘놉’이 생각났다. 개봉한 지 2개월 정도 지났지만 사전지식 없는 ‘백지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면 난해하기 그지없다.

    구름 속에 숨겨진 우주선 같은 신기한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이들 사람 중에는 ‘저게 뭘까’ 하는 단순 관심을 넘어서 카메라 속에 담아 자신의 유튜브에 올리려는 사람이 생기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이 그것을 조종해 공연을 하려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 관심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욕심 때문에 소유로 변질된다.

    하지만 영화 속 거대한 괴생물체는 이 같은 사람들을 모두 빨아들인다. 잡아먹어 버린다. 괴생물체는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더 과감하게 실체를 드러내고 더 강력한 힘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그제야 사람들은 뭔가 잘못 판단했음을 생각하고 허겁지겁 도망을 가려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처음 상영 당시에는 외계인 우주선 판타지 영화인가 싶었는데 끝까지 보면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후반부에 영화의 숨은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내가 쳐다보지 않으면 그것도 나를 보지 못한다”는 주인공의 말에서 말이다.

    이 영화는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욕과 지나친 소유욕을 고발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의 제목 ‘놉(NOPE)’은 ‘지구의 것이 아니다(Not Of Planet Earth)’를 압축한 말이다. 제목처럼 애초에 ‘우리의 것 또는 나의 것’이 아닌데 왜 사람들은 그토록 그것에 탐하는지 우리의 민낯을 비춰주고 있다. 괴생물체가 아예 보이지 않았더라면, 보였더라도 아예 시선을 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최근 스토킹 살인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스토킹(stalking)은 ‘은밀히 다가서다(stalk)’에서 파생된 일종의 신종 사회 범죄로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에게 공포와 불안을 반복적으로 주는 행위다. 스토킹은 남을 쫓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전화, 문자메시지, 편지, 이메일, 동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 그 행위가 지나치면서 폭언·폭력과 살인 등 되돌릴 수 없는 범죄행위로 변질되고 있다.

    스토킹 범죄를 저질러 붙잡힌 사람들을 보면 자신들의 잘못을 여전히 모르는 듯하다. 그저 관심이 많아서,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랬는데 무슨 큰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태도다. 자신의 일방적인 관심이 상대방에게 공포와 스트레스를 주고, 관심을 넘어선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상대방에게 생명의 위협까지 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이미 늦었다는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소유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관심을 갖는 것, 그 자체가 남을 괴롭히고 해치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올바른 인식이 절실하다.

    김호철(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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