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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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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격 없는 외국업체에 고속철 시장 개방은 안돼

  • 기사입력 : 2022-10-23 20: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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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고속철도차량 시장을 외국 업체에 내줄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시속 250~300㎞ 이상 최고 속력을 내는 차량 제작·납품 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던 한국철도공사가 KTX 평택~오송선 등에 투입될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 입찰에 자격규정을 없애 외국 업체의 진입장벽을 낮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력 분산식 열차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스페인 탈고 등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2005년 프랑스 알스톰이 국내 입찰에 참여했다 탈락한 이후 17년 만에 해외 업체가 참여하는 것이다. 국내 업체는 해외 업체가 값싼 외국산 부품을 사용하면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계 고속철도 시장이 기존 동력 집중식에서 동력 분산식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자격제한이 없어 ‘스펙’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다. 이번 입찰의 문제는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은 막대한 국고와 인력을 들여 개발한 안전성이 입증된 국산 기술인데 가격경쟁을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해외 업체 참여를 허용한데 있다. 현대로템과 정부는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 자체 기술개발에 2조7000억원 투입했다. 만약 외국 업체에 낙찰되면 막대한 국고를 들여 개발한 기술을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애써 개발한 기술이 개발비도 회수하지 못하고 퇴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창원상의와 경남경총 등이 지난 23일 ‘국내 철도산업 보호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정부에 적극 대응을 요구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세계 각국은 고속철도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 유럽은 TSI라는 규제를 통해 비유럽국가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을 정도다. 자격제한 없이 입찰이 진행되면 우리나라 철도교통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고속철도차량 제작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자국 우선주의’ 현상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한국만 고속철도시장을 개방해 국내산업을 쇠퇴시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 기술은 정부가 나서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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