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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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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자산 기록 프로젝트- 마산어시장 알바들] (5) 리어카 커피 행상

어시장 삶 깨우는 ‘알커피 블랜딩’의 진한 커피향

  • 기사입력 : 2022-10-27 0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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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전 세계 평균 130잔 보다 3배 가까이 많다고 합니다. 남다른 커피사랑을 보여주는 대목인데요,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커피가 더욱 필요하겠지요? 이쯤 되면 눈치채셨을까요, 알바들은 과일 리어카에 이어 ‘커피 리어카’ 일을 돕습니다. 마산어시장에서 36년째 커피 행상을 해온 ‘중리댁’이자 ‘커피 엄마’ 김종숙(62) 선배님을 따라서요.

    한때 마산어시장 안에만 10대도 넘게 있었지만 현재 3대만이 영업하고 있어 ‘희귀템(희귀한 아이템)’이 돼버린 커피 리어카. 함께 밀면서 어시장을 깨우러 가보겠습니다.

    △오늘의 할 일

    -커피 타기 연습

    -커피 배달하기

    -얼음 깨기

    -커피값 수금하기

    -종숙 선배님 인생 얘기 듣기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를 밀며 어시장 일대를 돌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를 밀며 어시장 일대를 돌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를 밀며 어시장 일대를 돌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를 밀며 어시장 일대를 돌고 있다./성승건 기자/

    ◇말하지 않아도 아는 어시장 바리스타

    과일 리어카 일을 마치고 바로 온 알바들, 커피 리어카가 가장 바쁜 시간에 합류했습니다. 보통 11시 반부터 2시간이 상인분들이 커피를 많이 찾는 때인데요, 대부분 ‘고객 맞춤형 커피 제조·배달 서비스’여서 큰 얼음을 잘게 부수는 일 빼고는 별 도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선배님이 습득한 수십명의 취향 데이터는 머릿속에만 있으니까요.

    “이 언니는 마실 때 뜨거우면 싫어해. 마지막에 얼음을 하나 띄워주면 돼. 아, 이 분은 달게 드셔. 설탕을 한 스푼하고 반 스푼보다 조금 더 넣어.”

    알고리즘 마냥 오랜 기간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내 취향을 기억하고, 알아주고, 그때마다 변화된 입맛도 맞춰주는 겁니다. 그뿐인가요, 다정히 안부를 건네고 말벗이 되어주며 잠시라도 가게를 비우기 어려운 어시장 상인들에게 배달까지 해주니 쿠팡·스타벅스·배달의민족과 같은 대기업들을 넘어서는 감동 서비스를 일찌감치 해온 셈입니다.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아름 PD가 어시장 상인에게 커피를 배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아름 PD가 어시장 상인에게 커피를 배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에서 36년간 리어카를 밀며 커피를 팔고 있는 김종숙씨가 커피를 타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에서 36년간 리어카를 밀며 커피를 팔고 있는 김종숙씨가 커피를 타고 있다./성승건 기자/

    알바들은 배달에 주력해 선배님 커피를 드시는 상인분들에게 여쭈는 일로 시작합니다. “점심 다 드셨어요?”

    종이컵에 탄 커피를 쇠쟁반에 올려 드리는 것이 배달의 기본. 빈 쟁반 위에는 커피값을 받아오면 됩니다. 따뜻한 커피 700원, 아이스는 1200원. 5잔을 사도 유명 브랜드 커피 한 잔 가격이 되지 않으니, 옆 가게 상인들 커피까지 쏘기도 합니다. 커피값을 바로 주지 않는 분들은 하루에 한 잔 이상 드시는 VIP 고객들. 얇은 종이 박스를 오려 만든 일일 장부에 잔수를 기록해뒀다가 퇴근 때 한꺼번에 커피값을 받아갑니다. 배달 덕에 마산어시장 상인분들의 입맛을 자연스레 알게 됐는데요, 아름PD 예상처럼 고된 노동에 믹스커피 맛을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주문하는 고객 90% 이상이 프림을 뺀 블랙커피(+설탕)만 드십니다. 아이스 율무차도 인기. ‘나만의 메뉴’처럼 율무차에 커피를 섞는 분도 있습니다.

    어시장에서 36년째 리어카를 밀며 커피를 팔고 있는 김종숙씨가 커피를 타고 있다.
    어시장에서 36년째 리어카를 밀며 커피를 팔고 있는 김종숙씨가 커피를 타고 있다.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 앞에서 김종숙씨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 앞에서 김종숙씨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의 시작

    동서식품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커피 ‘카누’의 유명 광고 문구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가 떠오르는 이 리어카는 크게 가스로 끓인 물을 담는 물통, 커피를 타는 작업대, 아이스박스로 구성됩니다. 작업대 위는 알커피통과 설탕통, 지폐·동전통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요, 눈높이엔 컵들이, 윗칸에는 생강차, 율무차, 쌍화차 등 10가지가 넘는 메뉴를 내드리기 위한 재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종숙 선배의 초소형 카페, 커피 리어카의 시작은 1987년부터입니다. 남편이 갑작스레 다치고, 두 아이가 어리다보니 생활전선에 뛰어든 겁니다.

    “딱 3개월만 하자고 한 것이 36년이 됐네. 첫 리어카 만들 때 우리 아들 세발자전거 발통을 떼서 쓴 거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날라 그래.”

    처음에는 시장상인들에게 호되게 혼났습니다. ‘리어카로 사람을 친다, 가게 앞에서 영업을 방해한다’며 고함소리를 듣는 일도 부지기수였답니다. 주변 다방에서의 신고로 몇 번이고 마산시 위생과에서 리어카를 끌고가기도 하고요. 나중에야 영업 협의가 되었습니다.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를 밀며 어시장 일대를 돌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를 밀며 어시장 일대를 돌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게 커피냐고, 커피가 맛없다고 욕하니 울기도 많이 울었어. ‘백원짜리 장사’여서인지 여전히 막 대하는 분도 있지만 입맛에 딱 맞다고, 하루라도 안 나오면 커피 마시고 싶다 해주는 단골들이 더 많으니 뿌듯하고 기분 좋지.”

    팬이 두터운 마산어시장 바리스타 커피맛 비결은 뭘까요? 흔히 ‘알커피’라 부르는 건조 커피 가루를 하나만 쓰지 않고, 원두를 블랜딩하듯 여러 가지를 섞어 쓰는 겁니다.

    “맥심 노란 봉지, 맥심 빨간 봉지, 테이스터스 초이스 세 가지를 섞어 쓰면 진하고 독한 맛이 적절히 중화되면서 내 입엔 제일 맛있더라고.”

    700원짜리 커피를 100잔 팔아도 7만원. 재료값이 크게 올라 하루 4만원 벌기가 쉽지 않지만 해오던 일이어서 마음이 편하다며 고된 이 일을 힘 닿는 데까지 계속한답니다.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 앞에서 김종숙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 앞에서 김종숙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에서 36년간 리어카를 밀며 커피를 팔고 있는 김종숙씨가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당시 이야기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에서 36년간 리어카를 밀며 커피를 팔고 있는 김종숙씨가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당시 이야기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커피 리어카에 어울리도록 방수앞치마 대신 선물한 복고 느낌의 ‘마사나이 밀크 글라스’.
    커피 리어카에 어울리도록 방수앞치마 대신 선물한 복고 느낌의 ‘마사나이 밀크 글라스’.

    ◇ 어시장 변화의 목격자

    리어카 일부가 깨져있는 건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때의 흔적입니다. 주차돼 있다 멀리 떠내려간 리어카를 다행히 찾아 끌고 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피해 입은 어시장 구석구석을 목격할 수밖에 없던 사람이지요.

    “지금 서 있는 곳까지 배가 밀려왔을 정도였다니까. 리어카야 값비싼 게 없지만 냉장고에 물이 차 상품들이 뒤집어지니 어시장에 수십억 손해 본 분들도 많았지. 벌써 20년이 다 됐네.”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 앞에서 김종숙씨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시장 알바에 나선 이슬기 기자와 이아름 PD가 커피 리어카 앞에서 김종숙씨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150원 하던 커피가 700원이 될 시간이 흐른 만큼 장사도 달라졌습니다. 믹스커피도 흔하지 않고, 전기포트도 적었지만 요즘엔 정수기까지 흔해 직접 커피를 타 먹는 상인들이 늘었습니다. 대목 때 시장에 사람이 미어터져 장사를 못하는 날도 있었는데 지금은 중심 골목 이외 유동인구가 드뭅니다. 커피 장사는 시장에 유입되는 어획 물량과도 관련이 있고요.

    “매일 아침 8시에 기선(멸치)권현망 경매장에 가는데 지금 멸치가 없대. 경매할 멸치가 없으니 요새 5분이면 끝나. 좀 길어져야 커피도 드시고 하는데 말이지.”

    멸치 수급이 커피 리어카 매출에도 영향을 줄지몰랐네요. 지역 경제는 생각지도 못한 작은 부분까지 얽혀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상갑 화백 作 ‘삶’(1992)
    이상갑 화백 作 ‘삶’(1992)

    ▶지역자산 보고

    故이상갑 화백 / ‘삶’

    연이어 둥근 바퀴를 밀어가며 일했습니다. 무겁지만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힘을 주어 밀면 또 한동안 굴러갔습니다. 두 선배님들 모두 한 번 리어카를 밀었더니 수십년이 지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하시네요.

    그림 속 여성도 그러할까요. 마산어시장에서 갈치가 들어찬 어상자를 손수레에 싣고 무심한 보폭을 내딛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을 ‘삶’이라고 붙인 데는 그런 이유에서일까요, 살다보면 또 내일이 ‘굴러갈’ 것이라고요.

    이 그림은 1920년에 마산에서 태어나 동경제국미술학교를 졸업한 한국화단 1세대 故이상갑 화백의 작품인데요, 우리네 자연 풍광과 마산 선창가의 토속적 정취를 주로 그리며 하루하루 생존을 잇는 노동을 예찬해왔습니다.

    “삶을 위해서 생활하는 것을 주제로 하여 맹목적인 아름다움 보다 내면의 의식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 작가노트


    글= 이슬기 기자·사진=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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