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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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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명당도 흉한 터로 바뀔 수 있다

  • 기사입력 : 2022-11-04 08: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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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경상남도 의령군 모처에 60대 초반의 남성이 작고한 부친 묘와 가묘(假墓·임종 시 쓰기 위해 미리 만든 묘)한 모친 묘에 대해 감정을 의뢰했다. 의뢰인은 그전에 먼저 자신의 명의로 된 종중산을 팔고자 땅의 길흉에 대한 감정을 요구하기에 종중의 의결을 거쳐 매도하려는 것인가를 물어보니 자신의 명의로 돼 있어 말없이 매각할 거라고 했다. 대체로 이런 경우는 종중원이 적거나 별반 신경을 쓰지 않거나 뿔뿔이 흩어져 있어 종중산에 대해 알지 못할 때 잘 벌어진다.

    아무튼 종중산은 경사가 심해 생기(生氣)가 모이지 않고, 돌이 많아 쓸모가 없는 땅이니 매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각해도 돈이 안 되니까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고 하자 팔기를 포기했다.

    의뢰인은 애초부터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종중 소유의 재산은 종중원의 총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관리 및 처분에 관하여 먼저 종중 규약에 정하는 바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그에 관한 종중 규약이 없으면 종중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한다. 비록 종중 대표자에 의한 종중재산의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한 행위는 무효가 된다.

    부친 묘는 상하기복과 좌우요동하며 내려온 용맥(龍脈·산줄기)의 연장선상에 있어 무덤을 조성하기 전까지는 길지(吉地·명당)였으나 봉분을 쌓으면서 광중(壙中·시체가 놓이는 무덤의 구덩이)을 완벽하게 덮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둘레돌(묘의 둘레에 돌려 쌓은 돌)을 함으로써 돌의 하중에 의해 꺼진 부분으로 건수(乾水·빗물)가 스며들어 시신의 육탈(肉脫·시체의 살이 썩음)과 소골(消骨·뼈가 삭음)을 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심한 상태는 아니어서 모친이 사망할 때 부친 묘의 봉분과 둘레돌을 없애고 광중보다 더 넓게 봉분을 다시 쌓아도 되고, 그전에라도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면 택일(擇日)을 해서 부친 묘를 손보라고 했다.

    모친 가묘는 땅속에 잔돌이 많아 공극이 크므로 땅기운이 약하니까 실제 광중을 만들 때는 반드시 1.5m 이상 구덩이를 파서 안치하라고 했다. 모친 가묘 아래 의뢰인 부부가 매장될 자리가 있는지 묻기에 그 정도로 넓은 자리는 나올 수 없고 화장(火葬)해서 평장(平葬)할 자리는 나온다고 하자 자신들은 화장을 하겠다고 했다. 부친 묘의 경우를 ‘혈길장흉, 여기시동(穴吉葬凶, 與棄尸同·혈이 길하나 장사가 흉하면 시신을 버리는 것과 같다)’이라 한다.

    경상북도 안동시 예안면 모처에 작고한 지 오래된 부모와 조상 묘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해 수년간 땅을 찾다가 감정을 의뢰한 이가 있었다. 사설묘지의 허가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암장(暗葬·남몰래 장사를 지냄)을 하거나 화장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묘지와 가족묘지는 하천구역 또는 그 예정지역으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곳이나 20호 이상의 인가 밀집지역, 학교, 그 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300m 이상 떨어진 곳에만 조성이 가능하다. 종중·문중묘지는 하천구역 또는 그 예정지역으로부터 300m 이상, 20호 이상의 인가 밀집지역, 학교, 그 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500m 이상 떨어진 곳이어야 한다. 결론은 깊은 산중에 들어가야만 합법적인 매장(埋葬)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을 의뢰한 터는 꽤 깊은 산중에 있지만 차량이 근처까지 도달하는 곳이었다. 주산(뒷산)은 금성산(金星山·바가지를 엎어놓은 모양의 산)으로 재물 운이 좋음을 상징하는 산인데, 주산의 용맥이 좌우요동을 하면서 힘차게 전진하다가 감정을 의뢰한 터에서 마지막 숨을 크게 내쉬면서 최종 안착했으니 생기가 응집한 터이다. 좌청룡(좌측 산)과 우백호(우측 산)는 양쪽에서 터를 감싸면서 정기(精氣)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환포를 멋지게 하고 있다. 안산(앞산)은 일자문성사(一字文星砂)로 부귀를 뜻하고, 안산 뒤쪽에 있는 조산은 수형산(水刑山)으로 예술가나 학자 배출을 뜻하는 산이다. 의뢰인에게 전순(氈脣·절하는 자리 근처로 마지막 기운이 남아있는 곳)이 넉넉하고, 앞에는 호수 같은 낙동강이 있어 땅기운을 결집시키니 길지(吉地) 임에 틀림이 없다고 했다. 돌아오면서 부동산에 들러 바로 계약을 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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