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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경남시대 ② 우주항공] ‘우주항공청’ 날개 달고 ‘집적·고도화’로 날아오른다

경남 기업수 경기·대전 이어 세 번째지만
전국 매출의 62.5%·종업원 수 54.1% 달해
진주·사천 기업 성장률 전국 평균 웃돌아

  • 기사입력 : 2023-01-08 20: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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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산업은 국가 기술역량의 총화라고 불린다. 기계, 전자, 소재, IT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종합시스템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R&D 및 제조공정 특성상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주요 기간산업 중 고부가가치가 커 산업 파급효과도 좋다. 또 우주, 방위 산업에도 관련 기술과 생산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K방산 역대급 수출, 누리호 발사 성공 등의 영향으로 관심이 높아진데다 사천에 항공우주청 설립이 확정됨에 따라 정부와 경남도도 인프라 구축 등 지원 사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항공 산업은 미국에 비해 80~90년 뒤늦게 출발했고 세계적으로 무인항공기, UAM 등의 첨단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선진국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경남 항공우주 산업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향후 발전 전략도 알아본다.

    KAI의 KF-X 조립현장./KAI/
    KAI의 KF-X 조립현장./KAI/

    ◇진주·사천 기업 성과 커= 지난해 6월 경남연구원의 김진근 선임연구위원과 김도형 전문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진주·사천 지역의 항공우주 사업체 성과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11~2020년) 진주·사천 항공우주산업 종사자는 2011년 3890명에서 2020년 7751명으로 연평균 7.96%씩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연평균 증가율(3.14%)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011년 1125억 600만원에서 2020년 2588억 7600만원으로 연평균 9.7% 증가하며 전국 평균(9.18%)을 웃돌았다.

    자산은 더 큰 성과를 보였다. 진주·사천 소재 항공우주 사업체들의 자산은 2011년 1907억 1900만원에서 2020년 8845억 3400만원으로 연평균 18.59%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증가율은 16.25%이었다.

    이에 반해 부채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건전성도 좋았다. 같은 기간 연평균 부채 증가율은 15.91%였고 전국 평균(16.2%) 보다 낮았다.

    이 밖에도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은 13.27%, 연평균 연구개발비 증가율은 13.9%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 대비 많게는 3%p 이상 높았다.

    우주산업만 놓고 보면 경남의 우주산업 기업수는 2020년 기준 21개(전국 대비 18.1%)로 경기, 대전에 이어 세 번째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 매출은 전국의 62.5%, 종업원 수는 54.1%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를 통해 보고서는 “경남은 우주분야 연구기능을 제외한 항공, 우주분야의 산업적 기반이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지역이다”고 평가했다.




    ◇경남도, 항공우주산업 메카 위한 지원 강화= 정부와 경남도는 우주항공청을 연내 개청하겠다며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경남도가 우주산업 협력지구 위성 특화지구(우주산업 클러스터)에도 선정되며 산업 집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위성특화지구에 따른 기대효과가 오는 2031년까지 생산 4467억원, 부가가치 2040억원, 고용 2316명이라고 경남도는 밝혔다.

    경남도는 사천시와 함께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후보지를 지난해 9월부터 준비하고 있고 올해에 우주항공청이 곧바로 출범할 것을 대비해 임시청사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또 교통, 교육, 쇼핑 등 일상생활 영위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도록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주거, 상업 공간 등이 포함된 신도시 개념의 행정복합타운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도내 항공우주 관련 중소기업들은 도약 희망을 갖고 있다.

    황태부 한국항공제조분과협의회장은 “지자체, KAI, 중소기업 모두 힘을 합해 새로운 날개를 펼칠 준비를 하며 경남도와 KAI의 최근 활동은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주항공청 설립이 사실 중소기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노력 자체가 우리 항공우주산업 전체 크기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소형 무장헬기 LAH./KAI/
    한국형 소형 무장헬기 LAH./KAI/

    ◇세계적 경쟁력 갖기엔 쉽지 않아= 국내로 봤을 때 경남이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라고 기대해 볼 법하다. 하지만 세계 시장으로 놓고 봤을 때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규모는 아직 미약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권진회 경상국립대 항공우주 및 소프트웨어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11월 경남연구원의 경남발전지를 통해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잘 지적하고 있다. 권 교수는 ‘항공주우클러스터를 위한 현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안타깝게도 우리가 열심히 쫓아왔더니 선진국의 항공우주산업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 규모는 크게 봐도 세계시장의 2%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보잉사의 매출은 한화로 약 82조원인 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2조600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조4000억원 정도이다. 그러면서 그는 “KT-1, T-50을 수십대씩 수출한 것만으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 이상의 실적을 만들어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기적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또 기술력과 관련한 문제도 있다.

    옥주선 경남테크노파크 항공우주센터장은 “경남의 항공 관련 업체가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며 “실제 대다수 핵심적인 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대다수 기업이 설계가 아닌 항공기 기체 구조물, 엔진 부품의 임가공 조립을 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최초 국산 전투기‘KF-21’ 보라매./KAI/
    최초 국산 전투기‘KF-21’ 보라매./KAI/

    ◇“집적·고도화·첨단화 빠르게 추진해야”= 권진회 경상국립대 교수는 이런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열악함을 딛고 성장하기 위해서 통합과 집적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핵심기업 규모를 키워 항공기 수입국이 원하는 서비스를 같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은 나눌 때가 아니고 모아야 할 때이다”라며 “항공과 우주, 나아가 항공기 정비업까지 집적화해서 연매출 10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업무를 지원할 경남TP 항공우주센터, 경상국립대 연구소, 진주강소연구개발특구센터 등의 연계조직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밖에도 △안정적 인력공급을 위한 기업-대학 간 선순환 시스템 구축 △지역 정치권의 연대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옥주선 경남테크노파크 항공우주센터장은 △부품 국산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미래 항공 모빌리티 선제적 투자 계획 수립 △기존 항공 산업의 구조 고도화 등을 최우선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옥 센터장은 “지금 너무 큰 것, 멀리 있는 것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수준에 맞는 것부터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우주 쪽은 전혀 인프라가 없는데 추진 중인 우주산업 클러스터에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스타트업이 올 수 있는 인프라와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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