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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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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조용한 기부가 주는 감동- 김정민(정치부 차장)

  • 기사입력 : 2023-01-10 19: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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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 없는 천사, 이름 없는 천사’ ‘성경 구절에 나오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내가 무엇을 누구에게 베풀었다라는 생각조차 없이 돕는다는 금강경의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 모두 익명 기부를 의미하는 말이다. 추운 겨울 더욱 쓸쓸함을 느끼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조용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창원시청 사회복지과 테이블에 한 시민이 놓고 간 저금통이 직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저금통에는 지폐 43만2000원과 함께 ‘조부모 가정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지고, 생활이 힘든 가정에 써주세요’라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당시 저금통을 열어본 공무원은 “직접 작성한 손편지도 그랬지만, 금액을 세어보기 위해 손때 묻은 지폐들을 하나씩 펼 때마다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녀에게 이 얘기를 전했고, 애들도 공감해 저금통에 조금씩 돈을 모아 연말에 함께 기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폐지와 고철을 주워 모든 돈을 성금으로 기탁한 사연도 훈훈하다. 마산합포구 교방동에 사는 70대 어르신은 지난달 12일 해당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1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이 어르신은 최저생계비 수준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홀로 생활하면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에 폐지를 줍기 시작했고, 1년간 매일 동네 2~3바퀴를 돌며 폐지와 고철을 주워 모은 돈이 100만원이 되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발이 성성했다는 그가 이름 없이 기탁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센터 내 직원들은 적지 않은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기부와 봉사가 주는 감동은 의학적으로도 증명됐다. 1988년 미국 하버드의대 데이비드 맥클랜드 박사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마더 테레사’ 수녀가 환자를 돌보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여준 후 침(타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영화를 보기 전에 비해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면역글로벌린 A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현상을 확인, ‘마더 테레사 효과’라고 이름을 붙였다. 남을 돕는 행위는 면역 기능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기쁨과 행복감을 준다. 미국의 내과의사 앨런 룩스는 그의 저서 ‘선행의 치유력’에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헬퍼스 하이(남을 도우면 느끼게 되는 최고조에 이른 기분)’라고 언급했다. 그는 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95%가 선행을 베푼 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고, 엔도르핀이 평소의 3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남을 돕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을 느끼고, 기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서민들의 조용한 기부가 감동을 주는 까닭은 일신의 풍족함보다 나눔의 따뜻함을 선택한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익명 기부이면서도 또 다른 형태의 기부제도다. 농협은행이나 온라인 접수(고향사랑e음)도 가능하다. 건전한 기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설 명절을 앞둔 시기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싶다.

    김정민(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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