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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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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30) 아웃도어 스시클럽(OSC)

날아라, 스케이트보드 창원 ‘로컬문화’ 타고
스케이트보드 모임서 만난 윤경준·백재호 대표
“스트리트 문화 주름잡던 창원서 스케이트 판 키우고 커뮤니티 형성·전시하며 다양한 로컬 문화 만들고파”

  • 기사입력 : 2023-01-11 08: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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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여름 클럽 결성해 작업·전시공간 마련

    ‘희노애락’ 주제로 첫 전시

    부서진 보드로 ‘꽃’ 만들고

    비디오·사진 빼곡히 전시

    이달 영상 시사회 계획도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들./성승건 기자/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들./성승건 기자/

    창원대 부근의 한 반지하 공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부러진 스케이트보드, 비누로 만든 것 같은 참치, 거대한 경남 전도와 옛 감성의 캠코더가 놓여있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것들로 채워져 있는 이 공간은 창원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알리고 있는 ‘아웃도어 스시클럽(OUTDOOR SUSHICLUB·OSC)’. 주변의 평범한 계단과 난간을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기물로 보는 ‘특별한 눈’ 덕분일까, 그들이 지역과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리하면서도 다정하다. 스케이트보드를 끌고 땅 위를 달리며 흔적을 남기는 OSC 멤버들은 로컬(지역) 문화에도 새로운 길을 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마산 스케이트 씬(판)이 컸거든요. 경남뿐 아니라 한국 스케이트 씬 전체에서 주름을 잡고, 스트리트 문화를 이끌었던 스케이트숍인 ‘라이더즈숍(RIDERZSHOP)’이 마산에 있었고, 경남대학교 10·18광장이 전국 스케이트 보더들에게도 유명했고요. 지금은 맥이 끊겨 스케이터들의 수가 줄어 가장 큰 스케이트 보드장이었던 마산야구장 ‘X게임 파크’가 최근 철거되기도 해서 아쉬워요. 이 문화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창원시 사림동 반지하에서 열정적으로 스케이트 문화를 설명하고 있는 사람들은 OSC를 만든 백재호(23)·윤경준(22) 대표다. 지난해 늦여름 이곳에 들어와 10월부터 전시를 기획해 첫 전시 ‘Joy, Anger, Sorrow, Pleasure(희노애락)’전을 열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스케이트보드의 재미와 문화를 알게 해주고 싶은 순도 높은 마음에서 기획한 것이다.

    부러진 스케이트 보드들로 만든 ‘꽃’.
    부러진 스케이트 보드들로 만든 ‘꽃’.

    ◇꽃= 전시명 ‘희노애락’은 스케이터(Skater·스케이트 타는 사람)의 널뛰는 마음에서 따왔다고 했다. 이 희노애락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전시작품이 부러진 스케이트보드들로 만든 ‘꽃’이다. 스케이트보드 바닥이 되는 ‘데크’는 꽃잎으로, 바퀴들은 수술처럼 자리한다. 희노애락을 경험케 한 몸체의 흔적이라 뜻깊다. “꽃이 땅속에서 긴 시간을 보낸 뒤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뒤 다시 땅으로 돌아가잖아요. 꽃의 피고짐이 스케이터가 오랜 기간 동안 한 동작(트릭)을 고되게 연습하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동작을 해내고 반복하는 스케이터의 삶과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케이터들이 타다 부서진 보드(데크)를 사용해 꽃의 형상을 만들어봤죠.”

    창원 스케이트 보드 문화를 알리고 있는 ‘아웃도어 스시클럽(OUTDOOR SUSHICLUB·OSC)’.
    창원 스케이트 보드 문화를 알리고 있는 ‘아웃도어 스시클럽(OUTDOOR SUSHICLUB·OSC)’.

    ◇스케이트 비디오와 사진들= ‘꽃’ 작품 뒤 벽면에 재생되고 있는 일본, 미국 스케이터들의 영상을 보고 있자면 지난한 과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스케이터들의 ‘희(기쁨)’를 느낄 수 있다. 벽면에 붙인 창원에서 활동 중인 스케이터들의 모습들에서도 마찬가지. 평범한 장소를 특별한 지형으로 바꿔 놓는 스케이터들의 힘이 뿜어져 나온다.

    관람객이 잠시 쉴 수 있는 곳도 스케이터들이 타는 기물. 이 위에 놓인 사진 앨범에는 마산 스케이트 씬이 부흥할 때 찍었던 사진들이 빼곡히 꽂혀있다. 당시 마산 스케이트 씬을 넓혔던 ‘라이더즈숍’ 변동환 대표가 이번 전시에 그때 자료들을 여럿 내놓음으로써 2000년대 초 마산 스케이트 씬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스케이팅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건 스케이터들의 문화다. 스케이터 촬영에 최적화됐지만 단종돼 ‘전설’로 남은 캠코더 SONY ‘VX1000’와 스케이터 영화를 둘러봄으로써 단순히 스포츠에 그치지 않고 패션과 음악까지 뻗어나가는 ‘스케이트 문화’의 특수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1월 말에는 창원 스케이터들의 영상 시사회를 열 계획을 하고 있다.

    “해외에는 동네별로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다 다르거든요, 지역별로 스케이트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영상을 찍어 자기 동네를 알리고요. 저희도 창원의 스케이트 씬을 바탕으로 다양한 로컬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경남 스케이트보드 스팟= 경남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경남 전도를 보면 된다. 지도 위에 정우상가, 롯데백화점, 창원중앙역, 진해루 등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곳에 핀이 꽂혀있고 장소마다의 사진과 라이딩 난이도가 설명돼 있다. 이들에겐 또 다른 놀이터, 연습장인 셈이다. 스케이트에 대한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면 당장 이곳에서 가볍게 스케이트를 타볼 수도 있다. 그때부터 당신은 스케이터다.

    경남 스케이트 보드 스팟이 표시된 지도.
    경남 스케이트 보드 스팟이 표시된 지도.

    인터뷰- 윤경준, 백재호 OSC 대표

    “창원 스케이터들 떠나지 않도록 만들 것”

    - ‘아웃도어 스시클럽’ 어떻게 결성했나.

    △스케이트보드 타다 만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지금은 2명이 주축이 돼 공간을 운영한다. 재호 대표는 일본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하다 바이크 커스텀 작업을 하고 있어 작업할 창고를 구해야 했고, 대산미술관에서 오래 자원봉사하며 예술에 대한 관심을 키워오던 경준 대표는 전시공간을 만들고 싶어 OSC공간을 함께 꾸리게 됐다.

    - 공간명(모임명)이 독특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2시간 동안 고민해도 나오질 않았는데 문득 생각난 단어의 조합이 아웃도어 스시클럽이었다. 엉뚱하지만 재밌었다. 특별한 의미도 없다. 재밌는 이름을 쓰고 의미는 우리가 만들어 가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최종 낙점했다.

    - 전시를 기획할 만큼 진심인데, 스케이트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탈 때 정말 행복하다. 스케이트보드 덕에 인내심도 길렀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어도 ‘한 뼘 남짓 뜨기 위해 3개월을 연습하는데 이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아웃도어 스시클럽’ 로고 티셔츠와 참치 모양 왁스.
    ‘아웃도어 스시클럽’ 로고 티셔츠와 참치 모양 왁스.

    - OSC의 ‘굿즈’들도 있던데.

    △로고는 스시클럽답게 참치를 형상화했다. 바이크를 좋아하다 보니 일본 바이크 제품 회사 로고를 오마주해 참치 각 부위에 바이크 부품명을 넣은 디자인으로 정했다. OSC 로고를 찍어낸 티셔츠와 더불어 스케이터들이 보드를 탈 때 부드럽게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왁스도 참치 모양으로 직접 제작하고 있다.

    - 앞으로 OSC가 나아가고픈 방향은?

    △로컬 문화 만들어 스케이트 문화를 알리고 활동함으로써 전국구로 실력을 알아주는 어린 창원 스케이터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 또한 스케이트 문화 전파에 그치지 않고 꼭 전문가나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곳, ‘좋아하는 것’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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