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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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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 설사복통 ‘배앓이’ 원인불명 ‘속앓이’

장내 염증 호전·재발 반복하는 만성질환
수개월간 복통·혈변·체중 감소 등 증상
내시경·조직검사 등 종합해 최종 진단

  • 기사입력 : 2023-01-15 20: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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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회사원 이모 씨는 올 초겨울부터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다. 겨울철 자주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생각한 이모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증상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고, 지속되는 설사와 혈변까지 보게 됐다. 설 연휴 기간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이모 씨는 결국 인근 대학병원을 찾아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았다.

    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기 위해 장거리 운전 또는 이동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경우 연휴 동안 명절 음식 섭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내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으로 복통과 설사, 혈변, 체중감소 등 증상이 수개월간 나타나는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는 2019년 7만324명에서 2020년 7만3473명, 2021년 8만289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아직 발병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면역학적,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이 두 질환은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우선 궤양성 대장염은 한두 달 이상 지속되는 설사, 복통,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며 혈변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염증이 대장에만 국한되고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발병한다. 반면, 10~30대 사이의 젊은 세대에서 발생하는 크론병의 경우 입에서 항문까지 연결되는 소화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항문 주위의 작은 구멍(누공), 찢어진 상태(치열), 고름(농양) 또는 구멍 뚫림(천공) 등으로 내원해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젊은 층의 경우 단순히 장이 예민해서 또는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 대장염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고 체중도 줄어든다면 인근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염증성 장질환은 다른 질환처럼 진단이 명료하지 않아 임상 증상, 내시경 및 조직검사, 혈액검사, CT 또는 MRI 등 영상의학 검사 등을 종합해 최종 진단한다. 이중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내시경 검사로, 내시경을 통해 다른 감염성 장염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대한 감별, 병변의 침범 정도, 중증도, 치료에 대한 반응을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검사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가 있어 수개월에 걸쳐 진단하는 경우도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악화되는 활동기와 증상이 없는 관해기가 반복되는 만성질환으로, 완치보다는 증상조절과 함께 지속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예방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주된 치료 목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러 연구에서 증상조절뿐만 아니라 내시경 소견 및 조직검사에서 염증 소견이 없는 점막치유가 최종적인 목표로 인정되고 있다. 치료는 주로 5-ASA(메살라진) 제제, 스테로이드 제제 및 아지티오프린 같은 면역조절제를 사용하며,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항-TNF 제제 및 우스테키누맙, 베돌리주맙, 토파시티닙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 중 일부 환자에게서 구역질, 두통, 어지러움, 피부발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때 약물을 스스로 조절하지 말고 담당의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와 같은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없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법이 다양하지 않았고 치료가 어려워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좌절하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심지어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고 나서 오히려 병이 악화되는 환자도 많았다. 그러나 조기진단 기술 개발되고 다양하고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의료진과 함께 염증성 장질환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일상생활에서 염증성 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 공급과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한데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식품 등은 피해야 한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소화기내과 공성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이 있을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도가 상승한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염증성 장질환 또한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혈변, 설사, 복통으로 인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염증으로 인해 장을 절제할 수도 있으니,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망설임 없이 이른 시일 내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소화기내과 공성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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