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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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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덧셈 정치, 뺄셈 정치- 이종구(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1-17 19: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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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타짜’에서 조폭 두목 곽철용(김응수 분)이 승용차 속에서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에게 하는 대사 중 이런 게 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안경잽이같이 배신하는 새끼들…다 죽였다.”

    3·8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내 친윤계 모습이 꼭 이렇다. 지난해 말 반윤 성향의 특정 정치인을 배제하기 위해 ‘골대 옮기기’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100% 당원 투표로 경선 룰을 변경하더니만, 최근에는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움직임을 보이자 그를 주저앉히기 위해 도 넘는 공격을 퍼부으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현재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모습은 이전투구로 인한 목불인견이다.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당권을 차지하겠다는 친윤계와 이에 반발하는 비윤 또는 반윤계의 이전투구만 국민들에게 보여지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는 집권여당으로서 당의 면모를 일신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를 극복하는 것이 지상목표다. 그래야만 윤석열 정부가 역점시책으로 추진하는 노동·연금·교육개혁 등에 확실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금의 모습은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지지층까지 혀를 차게 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의 행보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없지 않지만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행보는 상식 이하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화위 부위원장 사표를 ‘수리’가 아닌 ‘해임’으로 처리한 것은 거칠다 못해 옹졸한 느낌을 준다. 장재원 의원이 나 전 의원에 대해 ‘제2의 유승민’ ‘반윤의 우두머리’ 등으로 공격한 것은 치졸한 좌표찍기에 다름아니다. 나 전 의원의 ‘제2의 진박 감별사’ 운운도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내 갈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총선 때를 연상시키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진박 감별사’ ‘옥새들고 나르샤’ 등 공천파동을 겪은 끝에 총선에서 패배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어느 정당이든지 당대표 선거를 둘러싸고 내홍은 있어 왔고, 역대 대통령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투박스럽게 억지스럽게 하지는 않았다.

    물론 친윤계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양두구육’이라는 원색적 표현 등으로 윤 대통령에게 맞선 이준석 전 대표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기면서 반윤계 대표 불가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이 집단린치 식으로 같은 당 동료를 몰아붙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선거에서 만고의 진리는 뺄셈 정치가 아니라 덧셈 정치다. 현재 친윤계는 뺄셈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12년 만에 민주당으로부터 김해시장을 탈환한 국민의힘 소속 홍태용 시장은 당선 이후 민주당 계열 인사들을 시정 주요 포스트에 중용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하성재 전 민주당 김해을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을 정책특보로 선임하고, 박성호 전 민주당 김해시장 예비후보를 산하기관인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장으로 발탁했다. 덧셈 정치의 표본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타짜’ 속 곽철용은 이 글 첫 문장 대사를 끝낸 뒤 고니에게 파이프 렌치로 공격받고 승용차가 전복되면서 결국 사망한다.

    이종구(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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