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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역소멸과 선거구제-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1-24 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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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벽두 ‘중대선거구제’ 화두를 던졌다. 선거구마다 최다득표자 한 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폐단을 지적했다. “대표성이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요지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4월까지는 이뤄낼 생각”이라며 논의에 힘을 실었다. 선거제도는 민의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민주주의 핵심 장치다. 하지만 승자독식, 지역주의를 잉태한 대한민국 정치의 어두운 단면이다. 선거구제 개편은 현역 국회의원 기득권과 충돌한다. 여야와 지역 간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동상이몽 속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제13대 총선부터 도입됐다. 한데 대량의 사표(死票)를 양산하면서 정당 득표율과 의석 배분 간 현저한 불비례라는 치명적 결함을 노출했다. 불비례성이 커질수록 민의는 왜곡된다. 민초의 삶과 직결된 의제들은 거대 양당의 정치 공방에 묻혔다. 21대 총선에 참여한 2874만여명의 유권자를 분석하면, 10명 중 4명(43.7%.1256만7432표)이 던진 표는 사표가 됐다. 국민의힘은 영남지역에서 55.9%를 득표하고도 의석은 65석의 86.2%인 56석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68.5%의 득표율로 28석의 96.4%인 27석을 가져갔다. 여기에 2000년 16대 총선 때 수도권 국회의원은 97명(서울 45, 경기 41, 인천 11)이었지만 2020년 21대 국회에선 121명(서울 49, 경기 59, 인천 13)으로 20년 사이에 무려 24명이 늘었다. 비수도권 인구소멸 지역에서 감소한 의석이 수도권으로 반영된 결과다.

    소선거구제에서 인구감소지역은 2~4개 지역을 묶어 국회의원 1명을 선출한다. 경남에선 거창·함양·산청·합천, 밀양·의령·함안·창녕 등 무려 4개 시·군 지역이 합쳐진 도농복합 선거구가 2개나 있다. 2022년 12월 기준 인구는 거창군 6만여명, 함양군 3만7000여명, 산청군 3만4000여명, 합천군 4만2000여명이다. 현역 김태호 의원은 거창군 출신이다. 직전 강석진 전 의원도 동향이다. 밀양시는 10만2000여명, 의령군 2만6000여명, 함안군 6만1000여명, 창녕군 5만8000여명 등이다. 현역 조해진 의원은 밀양 출신이다. 이 지역구 엄용수 전 의원 역시 밀양 출신이다.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군 출신이 국회의원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결국 인구가 적은 나머지 지역은 선거구 인구 하한선을 충족시키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한 게 솔직한 현실이다. 지속적 인구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농어촌 복합선거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다.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를 줄이고 특정 정당의 의석 독점도 방지한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그렇다고 소선구제 폐단을 일거에 해결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선거구가 광역화하면 오히려 인구감소지역의 대표성과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축소될 수도 있다.

    정치권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유불리를 계산하는 수준을 맴돌고 있다. 선거 때마다 개혁 논의는 무성했지만 지난 총선에선 기상천외한 비례대표 ‘위성정당’ 사태로 불신을 자초했다. 현역 의원은 “내 선거구는 절대 못 건드린다”며 기득권 사수에 목숨을 건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화두를 던진 정치적 저의를 의심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지 못한 채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가 대의제 민주주의로 포장됐다. ‘좋은 선거제도’가 요원해 보이는 이유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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