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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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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83)

- 난, 이지러지다, 고른수, 귀틀

  • 기사입력 : 2023-02-01 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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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52쪽부터 53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2쪽 첫째 줄과 둘째 줄에 걸쳐 ‘난 아이’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요즘에는 ‘태어나다’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썼고 또 이렇게 써도 된다는 것을 잘 알게 해 줍니다. 둘째 줄에 이어서 나오는 ‘50살까지’라는 말도 생각해 볼 게 있다고 봅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셈을 할 때 “일, 이, 삼…. 십, 이십, 삼십, 사십”과 같이 세기 때문에 ‘50’도 ‘오십’이라고 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르긴 해도 이 책이 나올 무렵 사람들은 틀림없이 ‘쉰 살까지’라고 했을 것입니다. 이런 셈과 아랑곳한 토박이말도 잘 챙겨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마음을 써야겠습니다.

    둘째 줄 끝에서 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돌아오겠느냐?’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보면 그 앞에 있는 ‘생일’이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 ‘돌’이 바로 ‘돌아오다’의 ‘돌’임을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말 ‘생일(生日)’은 ‘돌날’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말집 사전에서는 ‘돌날’을 ‘첫 돌이 되는 날’이라고 풀이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뜻을 좁혀서 풀이해 놓으니 쓰기가 쉽지 않은 게 아닐까요? 처음으로 돌아온 돌날은 ‘첫 돌날’이고 스물 째 돌아온 돌날은 ‘스물 돌날’이라고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토박이말의 뜻을 넓혀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넷째 줄의 ‘난 해’도 ‘생년’을 갈음해 쓸 수 있는 좋은 말입니다. 여러 해 앞에 다른 옛 배움책에서 ‘년월일’이 아니라 ‘해달날’을 쓰고 있는 것을 보여드린 적도 있습니다. ‘생년월일’이 익은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겠지만 새로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난해달날’이라는 쉬운 말로 가르치고 배우면 힘이 덜 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자리에서 어떤 말이 더 쉬운 말인지를 생각해 보고 배움책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다섯째 줄에 나오는 것처럼 ‘단기’와 ‘서기’를 함께 쓰는 것도 함께 생각해 볼 일입니다.

    아홉째 줄과 열째 줄에 걸쳐 나오는 ‘둥그랬다가 이즈러지는 동안’이라는 말도 참 반가웠습니다. 요즘 대중말(표준어)로 하면 ‘둥글었다가 이지러지는 동안’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그다음 줄에 있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동안’과 같기 때문에 이렇게 다르게 나타낼 수 있다는 것도 알려 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열둘째 줄에 나오는 ‘고른수’는 앞선 글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 보는 분은 많이 낯선 말일 것입니다. 이 말은 ‘평균수’와 같은 말이고 요즘 배움책에서 쓰는 말로 하면 ‘평균’입니다. 밑에서 둘째 줄의 ‘남고’와 마지막 줄의 ‘모자란다’와 53쪽의 ‘다시 고쳐서’도 어렵게 쓰지 않고 쉽게 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 줄에 있는 ‘귀틀’이라는 말도 반가웠습니다. ‘귀틀’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많이 어렵게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귀틀’은 ‘마루를 놓을 때 굵은 나무로 가로세로로 짜 놓은 틀’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뜻을 알고 보면 훨씬 쉽게 느껴지실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쓰는 ‘기틀’과 아주 가까운 말일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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