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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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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31) 거제 언드(und)

지역 인디씬 달궈 경남 대표 클럽 꿈꾼다
거제 밴드 뮤지션 이상일·이승규씨
2020년부터 인디씬 확장 목표로 공연

  • 기사입력 : 2023-02-07 20: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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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 오후 8시. 매주 이 시간만 되면 거제시 옥포동의 한 건물 지하(under)에서 밴드 공연이 열린다. 무대에 오르는 팀들은 인디, 마이너 등으로 불리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밴드들. 이들은 서울, 부산, 광주, 안양 등에서 오로지 공연을 위해 거제로 왔다. 보컬의 목소리와 밴드 사운드의 조화에 관객들은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한다. 이곳은 언드(und)다.

    지난 2일 언드에서 만난 이상일(37), 이승규(26) 대표는 다가오는 공연 준비로 분주했다. 한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아닌 지역 음악인으로서 말이다. 상일 대표는 로우플레이(인디록), 리페어드몽키즈(하드록) 등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다. 승규 대표도 블루지(재즈) 팀에서 색소폰을 부르는 음악인이다. 이들은 언드에서 거제의 인디씬 정착을 꿈꾼다.

    언드에서 진행된 공연 모습들.
    언드에서 진행된 공연 모습들.

    ◇‘옥태원’에서 ‘언드’까지= 거제는 조선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도시다. 과거 호황기에는 외국인들의 유입이 많아 옥태원(옥포동 이태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외국인 비율이 늘자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의 ‘라이브 공연’ 문화도 발달했고 기성곡을 연주해 부르는 직장인 밴드가 20개 팀 정도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외국인이 떠났고, 직장인 밴드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남은 밴드들은 직접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인디밴드 형식으로의 변화를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상일·승규 대표가 운영한 비영리 공연기획단체 ‘옥태원’의 역할이 컸다.

    이승규, 이상일 대표가 지난해 10월부터 거제시 옥포동에서 운영 중인 뮤직펍 ‘언드’.
    이승규, 이상일 대표가 지난해 10월부터 거제시 옥포동에서 운영 중인 뮤직펍 ‘언드’.

    “2020년부터 옥포 지역 인디씬 정착 및 확장을 목표로 공연기획 활동을 했습니다. 기존 라이브 문화를 되살리고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죠. 그때 ‘옥태원립밤’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주기적으로 했는데, 자연스럽게 경남을 비롯해 전국 뮤지션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언드’라는 뮤직펍을 운영할 꿈을 키웠습니다.”

    언드는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10월 15일 무료로 열린 오픈파티에서는 스모킹리(거제), 밴드기린(부산), 라펠코프(부산), 국빈관진상들(창원), North H(부탄) 등 지역 유명 밴드들의 지원 속에 100여명의 관객이 찾아 왔다. 이어 현재까지 3달간 17번의 공연을 진행해 58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상일·승규 대표는 그동안의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이틀간 진행됐던 할로윈 파티라고 답했다. 오픈파티 이후 첫 유료공연이었던 점은 둘째치고, 경남에서 탄생해 전국구로 활동하고 있는 밴드 ‘국빈관진상들’의 제안으로 시작돼 풍성한 공연이 됐기 때문이다.

    ‘언드’에서 진행된 공연 모습들.
    ‘언드’에서 진행된 공연 모습들.
    ‘언드’에서 진행된 공연 모습들.
    ‘언드’에서 진행된 공연 모습들.

    ◇껌페, 지역 대표 록페스티벌로 만들 것= 상일·승규 대표는 앞서 2020년 ‘옥태원’ 공연기획을 시작할 때 세운 로드맵이 있다. 첫째는 인디밴드 공연 브랜드 만들기, 둘째는 로컬 인디뮤지션 앨범 제작, 셋째는 로컬 뮤지션 주축 레이블 설립, 넷째는 지역 대표 록페스티벌 개최였다.

    이들이 첫번째로 실현한 건 ‘옥태원립밤(Oktaewon Liv-Bomb)’이란 타이틀로 된 공연이었다. 2020년 7월 거제 고현의 한 거리에서 시작한 첫 공연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이어졌고, 현재 언드에서도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옥태원 립밤은 전국 인디밴드의 공연을 거제에 보여주고, 이를 통해 옥포 인디씬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어 두번째 로컬 인디뮤지션 앨범 제작도 지역 음악인들의 협업 속에서 순조롭게 마쳤다.

    이승규·이상일 대표
    이승규·이상일 대표

    다음 스텝인 레이블 설립과 지역 대표 음악 축제 형성은 이곳 언드에서 실현할 계획이다. 오는 11일 최초로 열리는 GUM FEST(거제 언더그라운드 뮤직 페스티벌)도 그 일환이다. ‘껌페’로도 불리는 해당 공연은 분기마다 1회씩 언드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껌페가 열리기까지는 ‘국빈관진상들’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상일 대표는 “클럽이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 아닌 뮤지션들이 기획하는 공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국빈관 형님들이 행사 주최를 제안했다”며 “경남 인디씬을 형성하자는 생각이 크신데 2020년 세운 초심을 잊지 않고자 고민하지 않고 승낙했다. 잘 준비해 언드에서 열리는 껌페를 경남지역 대표 록페스티벌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언드’에 있는 위스키 바.
    ‘언드’에 있는 위스키 바.

    ◇한국·경남 대표 클럽 중 하나 되겠다= 언드의 강점은 40평 남짓한 넓은 공간과, 그럼에도 안정감 있는 음향에 있다. 밀폐된 공간일 경우 소리가 울리는 현상이 심하기 마련인데, 두 대표는 흡읍제와 흡읍커튼 등을 적극 활용해 잔향을 잡았다. 또한 전국을 돌며 앰프, 모니터 스피커 등 사운드 장비를 최상급으로 구매해 적절히 비치해 공간감 있는 사운드를 관객과 밴드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서울의 대부분 클럽보다도 음향적인 부분에서는 훨씬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에는 좋은 말 해주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서울에서 매주 공연하시는 팀들도 오시면 항상 음향에 놀라 한다. 스스로도 다른 클럽에 가보면 확실히 음향 부분에서는 언드가 더 괜찮다고 느낀다.”

    상일·승규 대표는 언드를 국내,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꼭 거쳐가는 한국, 경남 대표 클럽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올해 꼭 섭외하고 싶은 뮤지션을 묻자 미소를 만개하며 수많은 뮤지션을 읊었다. 질문을 정정해 딱 세명만 부탁했다.

    “정말 나중에는 모두가 아는 크라잉넛, 윤도현밴드 같은 분들을 모셔보고 싶습니다. 지금 가장 섭외하고 싶은 팀은 이쪽 업계에서 가장 핫한 밴드인 설(SURL), 터치드 그리고 지소쿠리클럽이 생각납니다. 아, 저희 음향 진짜 좋습니다. 전국투어 할 때 부산 찍은 후 거가대교 타고 거제로 꼭 오십쇼!”

    언드는 매주 일·월·화요일은 휴무이며, 수·목·금·토요일 문을 연다. 공연은 매주 토요일 저녁시간대에 예정돼 있다. 공간 대관은 날짜 무관하게 가능하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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