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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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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토박이말 지킴이’ 이창수 진주 지수초등학교 교사

“우리 겨레 얼 깃든 토박이말, 꼭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
대학 동아리 활동하며 순우리말 매력에 푹
졸업 후 학교서 아이들 가르치며 애착 커져

  • 기사입력 : 2023-02-08 20: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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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박이말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등 조상들이 다른 나라의 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만들어서 사용했던 말, 또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 만들어서 쓰는 말까지를 일컫습니다. 요즘 말로 고유어, 순우리말이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진주 지수초등학교 교실에서 만난 이창수(50) 교사는 ‘토박이말’에 대한 기자의 첫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현재 본지에 ‘[맞춤 토박이말] 옛 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이라는 코너를 통해 182회째 기고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21일 1편을 시작으로 거의 6년째다. 하지만 그의 토박이말에 대한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것을 자신이 한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창수 교사가 지난 6일 진주 지수초등학교 교실에서 토박이말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이창수 교사가 지난 6일 진주 지수초등학교 교실에서 토박이말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토박이말에 대한 관심= 그는 토박이말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에 대해 대학 시절 이야기를 털어놨다. 진주교대 국어과를 전공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학과 내 ‘우리말 연구회’라는 자체 동아리가 있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순수 우리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점점 토박이말에 대한 애착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처음으로 발령받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는데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만 되면 아이들이 어려운 말 때문에 공부하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을 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고심 끝에 하나씩 토박이말을 소개하다 보니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쉽게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이에 그는 토박이말의 우수성을 깨닫고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다. 그는 토박이말은 정말 쉬운 말이고, 토박이말로 아이들을 가르치면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그 성과로 ‘쉬운말로 바꿔쓰기’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 논문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이창수 교사가 진주 지수초등학교 교실에서 토박이말 배움을 위한 교재와 자신이 집필한 책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이민영 기자/
    지난 6일 이창수 교사가 진주 지수초등학교 교실에서 토박이말 배움을 위한 교재와 자신이 집필한 책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이민영 기자/

    ◇파충류? 양서류? 토박이말은 쉽다= 그는 처음 부임했던 초등학교에서의 수업시간을 떠올렸다. 6학년 과학시간, 동물의 분류에 대해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등이 나온 적이 있지만 말이 어려워 아이들은 그냥 외울 수밖에 없었다. 한자를 안다고 하면 대충 이해는 가겠지만 결국은 암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기자 또한 그렇게 배우고 익혀왔지만, 이창수 교사의 이어진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포유류에 대해 “포는 ‘퍼트릴 포(哺)’, 유는 ‘젖 유(乳)’자인데, 한자를 모르면 알기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옛 교과서에는 한 단어로 간결하게 표현된다. ‘젖빨이짐승’, 이것이 포유류다”며 “양서류는 물에도 살고 뭍에도 산다고 해서 ‘물뭍짐승’, 파충류는 기어 다닌다고 해서 ‘길짐승’이라고 썼다. 토박이말을 쓰면 이렇게 설명도 필요 없고 기억하기도 쉽고 간결하게 정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당시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못 하지만 너희 아이들이 태어나면 이렇게 쉬운 토박이말로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 아닌 약속을 하게 되면서 이 일을 계속하게 됐다”고 사연을 털어놨다.

    ◇토박이말은 꼭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 이창수 교사는 토박이말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는 토박이말이 단순히 우리 것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토박이말 자체에 우리 겨레의 얼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배우고 익히면서 토박이말 나아가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소중함을 알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 생각을 주고받는 도구로서의 기능을 넘어 한 민족의 문화를 형성해주는 힘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무지개를 예로 들면서 미국에서는 레인보우(rain+bow), 비와 활을 비유했지만 우리는 물+지개, 즉 물로 만든 지개(문)이라며, ‘ㄹ’이 사라져 무지개로 발음되며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문, 선녀가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다고 하기도 했고, 운명을 하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표현하는 등 이 단어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얼이 다 토박이말에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소중한 자산인 토박이말을 지키고 가꾸고 후대에 이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우리는 그것을 놓치고 있지만 최근 토박이말을 알리기 위한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보는 듯해서 보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지난 6일 이창수 교사가 진주 지수초등학교 교실에서 토박이말 배움을 위한 교재와 자신이 집필한 책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이창수 교사가 진주 지수초등학교 교실에서 토박이말 배움을 위한 교재와 자신이 집필한 책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진짜로 있더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들 하는데, 옛날 교과서를 실물로 볼 길이 없었다”고 그는 당시 막막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개인 박물관을 운영하시는 분을 알게 됐고, 그분에게 자신이 필요한 자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사정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옛날 교과서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세 번의 설득 끝에 겨우 허락을 받아 신문에 옛 교과서 사진을 첨부해서 토박이말을 싣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기적적인 일이다. 소중한 옛 교과서를 실제로 보여주는 곳은 없을뿐더러, 박물관마다 있지만 내용을 실제로 볼 수는 없다. 그분께는 정말 고마운 일이다. 제가 힘이 닿는 한 계속 이 기회를 살려 토박이말을 알리는 일을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보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에서 알려지면서 토박이말에 대해 주변에서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또 이런 활동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금씩 노력하다 보니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 토박이말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반인들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는 경우도 있고, ‘푸름이들’이라고 해서 청소년 동아리가 있는데 토박이말을 익히기도 하고, 같이 토박이말을 알리기 위한 일에 동참해주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토박이말, 아끼고 사랑해 줬으면= 그는 토박이말에 대해 당연히 가르쳐야 할 부분을 챙기지 못한 데 따른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토박이말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서 멀어져 있다며 토박이말을 소개해 드리면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 게 안타깝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자꾸 보고 또 함께 쓰다 보면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토박이말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그는 “진주, 경남에서 비롯된 토박이말 살리기 운동을 온 나라에 알리는데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참 좋겠다”며 “이 일을 하는 데 사실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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