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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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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눈치 없는 성과급 잔치- 김정민(정치부 차장)

  • 기사입력 : 2023-02-20 19: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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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9일 경기 성남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빚 독촉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70대 어머니와 4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모녀는 ‘장사를 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삶을 내려놓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 모녀 사례를 언급하며 “열심히 살아보려 했지만, 버거운 삶의 무게가 그들을 영영 짓눌러 버렸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 여파로 서민을 비롯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버티는 수준에 가깝다고 아우성이다. 식료품을 비롯해 난방비 등 생활물가가 치솟으면서 차가 있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는 경우도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지난해 은행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하거나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막대한 대출 이자가 월급을 깎으면서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영업과 수출을 하지 못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역시 임대료와 인건비 지급 등을 대출로 돌려막는 사이 이자 폭탄에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날아든 난방비 고지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전기요금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9.5% 상승했다. 전기료 물가 상승폭이 30%를 상회한 시기는 1981년 1월(36.6%)밖에 없었다. 도시가스도 1년 전보다 36.2% 급등했으며, 지역 난방비도 34%나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한 푼이라도 난방비를 아껴보려는 서민들은 고지서를 보기가 두려울 정도고, 일정 수준 이상 온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숙박업과 목욕탕업, 화훼농가, 세탁소 등 자영업자들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비용에 죽을 맛이다.

    한쪽에선 초상집 분위기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잔치를 벌이는 곳이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14조1762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호실적을 바탕으로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각각 월 기본급의 1000%, 기본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고금리를 틈타 큰돈을 번 금융권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0%대였던 기준금리가 3%대까지 치솟으면서 대출금리로 이자 수익을 거둔 결과다. 한국전기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성과급에 연봉 잔치를 하고 있다. 1억원 이상 연봉을 수령하고 있는 직원이 한전은 3589명(15.2%), 가스공사는 1415명(34.2%)로 조사됐다.

    국민이 이들에 대해 견디기 힘들어하며 분노하는 이유는 공공재 성격의 재화를 취급한다면서 과점 형태를 고집하고, 막상 위기에 처하면 손을(세금·제도) 벌리다, 좋은 성과가 나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로 안정된 판매를 보장받았고, 품질검사 수수료 유예, 수입판매부과금 징수 유예 등의 혜택을 누렸다. 금융권은 외환위기 당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만성 적자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렸다. 성과급과 억대 연봉 잔치를 벌이는 이들의 행태를 두고 사지에 몰린 서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모럴해저드,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이기주의 행동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김정민(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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