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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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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외길 50년… 꿈 향한 마지막 여정 시작합니다

77세 라상호 사진가의 꿈의 여정 ① 여행 준비

  • 기사입력 : 2023-03-02 10: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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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백 년을 사진에 쏟아부은 77살 라상호 사진가가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났다. 77살을 맞은 동갑내기 경남신문에 이 여행기를 선물로 보내오기로 했다.

    안주하지 말고, 꿈과 희망, 사회의 정의를 위해 달려보라는 메시지와도 같을 것이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국경, 사람들을 마주할 것이지만 그가 머릿속에 그려온 사진을 바라보고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내기로 했다.

    그가 실시간 만나는 새로운 세상을 함께 즐기며, 그의 꿈의 여정을 같이 밟아나가 보려 한다.

    2008년 두 번째 사진집 ‘붓다의 나라- 미얀마’에 실린 미얀마 뮈아우 불상.
    2008년 두 번째 사진집 ‘붓다의 나라- 미얀마’에 실린 미얀마 뮈아우 불상.

    사진 외길 인생 50여년, 나는 사진을 좋아했던 젊은 날을 소환한다. 서울 명동 뒷골목, 중국인 상가의 한 작은 서점에서 구한 핸드북이 내 꿈의 시작이었다. 어느 일본인이 체험한 글과 사진이 담긴 낡은 핸드북에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과 장엄한 모아이 석상이 살아있는 칠레 이스터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실로 놀라운 사진을 보며 내용을 알기 위해 일본어를 독학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 책을 본 이후 사진작업을 시작하며 석물에 심취해 석건축물 석탑과 불상에 몰입해 1970년부터 경주 남산을 헤아릴 수 없이 오르내리며 2년여의 나날을 보냈다. 그때부터 전국 산과 바다, 들을 걷고 또 걸으며 떠돌듯 지냈다.

    이즈음 나는 ‘세계문화유적 사진집 다섯 권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막연한 꿈을 품었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현실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꿈만 같은 일이었기에. 그 이후로 사진 하나만을 바라본 외길 인생은 질곡의 연속이었다.

    격랑의 시절, 나는 새로운 삶을 위해 1971년 6월, 마산에 정착해 2년여의 고뇌 끝에 사진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그 당시 마산 YWCA에서 사진반을 지도했고 흑백TV 시절 마산MBC TV에서 사진강의도 했다.

    ‘라상호사진연구소’라는 무거운 간판을 메고 일곱 번인가를 스튜디오를 옮겨 다니다 대우백화점(현 롯데백화점 마산점)에 안착해 15년여를 지낸 후 지금은 원도심재생1번지 창동예술촌 ‘창동갤러리’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 오기까지 잊을 수 없었던 많은 일과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로서 갖고 있는 자긍심이 남다르다.

    지금까지의 작업활동에서 잊을 수 없었던 기적과 같은 일은 ‘당신의 젊은 날의 꿈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라는 국제라이온스 문화재단의 문화사절에 뽑혀 캄보디아 사진촬영 지원을 받은 것이다. 나는 이 지원금으로 ‘미래 성역도시-앙코르, 캄보디아 사진 작업’을 위해 6개월을 캄보디아에 머무를 수 있었다. 신비로운 씨엠렛의 광활하고 장엄한 앙코르의 유적군은 시간을 거꾸로 세우는 작업이었다. 프놈펜의 석양이 내리는 메콩강을 잊을 수 없다. 1999년, 나의 다섯 권의 세계문화유적 작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라상호 사진가가 촬영한 운문사. '운문세상'이라는 사진집으로 엮었다.
    라상호 사진가가 촬영한 운문사. '운문세상'이라는 사진집으로 엮었다.
    라상호 사진가가 촬영한 운문사. '운문세상'이라는 사진집으로 엮었다.
    라상호 사진가가 촬영한 운문사. '운문세상'이라는 사진집으로 엮었다.

    2006년 첫 번째 ‘미래성벽도시-앙코르 사진집’을 발간하고 사진전을 열었으며, 2008년 두 번째 ‘붓다의 나라-미얀마’ 사진집을, 2014년 세 번째로 한국불교 문화유산인 청도 운문사를 기록해 ‘운문세상’을 발간했다. 또한 2018년 네 번째 ‘영혼이 쉬어 가는 곳-히말라야, 신들이 사는 나라 네팔’ 사진전을 개최했고, 한국불교문화진흥원 발간 한국의 명사찰 단행본 시리즈 중 10권의 사진작업을 진행했다.

    2023년 2월 20일, 마지막 다섯 번째의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페루 잉카 문명과 칠레의 장엄한 모아이 석상, 남극 빙하를 찾아 떠난다. 내 나이 일흔이 훨씬 넘어 긴 여정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힘겨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힘들다고 떠나지 못한다면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내가 선택한 것 중에서 제일 후회할 일들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소통과 연락도 어렵고, 비행기 예약마저 막막한 이번 여행은 다른 때보다 몇 배로 더 힘이 들지만 더 많은 것을 경험할 것을 안다. 어려울수록 이루고 난 뒤의 성취가 클 것이라 믿는다.

    라상호 사진가.
    라상호 사진가.

    먼 길 위를 헤맬 나의 무거운 어깨와 안녕을 걱정하는 가족들과 이웃의 염려를 나는 안다. 그러나 나는 잘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해낼 수 있게 해 주시리라 믿고 있다. 나는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이번 여정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내 두 어깨에 얹혀질 무거운 존재의 이유-카메라들이 있지만 무거운 마음의 짐들도 내려놓았다. 가야 할 곳이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떠날 준비가 다 되었다. ‘여행의 신’이 나의 무거운 두 어깨 위에 내려앉아 평안함을 이끌어 줄 것을 믿는다. 50여년의 사진 외길 인생을 지켜왔듯이 이번에도 내 뜻을 지켜주시리라. 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먼 길을 떠난다. 좋은 생각과 행복한 꿈을 되뇌며 말이다. 곧 남극으로 향하는 크루즈의 제일 높은 갑판 위에서 계속 카메라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창동예술촌 입주작가·창동갤러리 관장

    정리=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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